최근 유럽 전역에 거센 우경화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2013년 흑인 최초로 독일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던 집권 사회민주당 소속 카람바 디아비 의원(63·사진)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자신과 참모진을 향한 위협이 갈수록 증가하는 여파로 풀이된다. 그의 지역구인 작센안할트주 할레는 옛 동독 지역이며 극우 정당 ‘AfD(독일을 위한 대안)’의 텃밭으로 꼽힌다.
디아비 의원은 3일 “오랜 고민 끝에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젊은 정치인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날 정치매체 폴리티코유럽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최근 의회는 물론이고 독일 사회 전체에서 이민자에게 적대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 원인으로 나치 독일을 추종하는 AfD의 2017년 연방의회 입성을 지목했다.
디아비 의원은 “AfD 의원들은 의회에서 소수자에게 모욕적이고 상처가 될 수 있는 연설을 한다. 의원들의 이 같은 언사는 거리의 폭력과 공격을 부추긴다”고 우려했다.
디아비 의원은 지난달 초 인스타그램 계정에 “위협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지적하며 자신과 참모진을 향한 인종차별적 모욕, 살해 위협이 적힌 편지 등을 공개했다. 할레에 있는 그의 사무실은 2020년 총탄 공격을 받았고 2023년 방화 표적이 됐다.
1961년 서아프리카 세네갈에서 태어난 디아비 의원은 1985년 독일로 건너왔다. 1996년 화학 박사 학위를 땄고 2001년 시민권도 취득했다. 연방 하원의원이 된 후 극우파로부터 수차례 인종차별적 공격을 당했다.
AfD는 2013년 설립된 신생 정당이지만 현재 독일 연방의회 736석 중 78석을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세를 불리고 있다. 지난달 6∼9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독일 정당 중 기독교민주연합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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