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수당 참패 부른 무능 사례 ‘미니 예산안’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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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7월 5일 14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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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트러스 전 총리 감세 파동, 5월 지방선거와 총선으로 심판
수낵, 조기 총선 승부수 꺼냈으나 몰락 시기만 앞당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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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은 유권자가 보수당을 용서하지 않고 엄벌한 것이다. 그 중 주요한 것은 리시 수낵 총리의 전임자 리즈 트러스의 ‘미니 예산안’ 파동이다.”

영국 가디언은 5일 보수당이 조기 총선에서 참패한 것은 유권자들이 보수당 정권의 일련의 정책적 실패에 대해 벌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거구별로 보면 노동당의 득표율이 올라간 것보다 보수당의 득표율이 하락한 폭이 더 큰 곳이 적지 않은 것도 이를 보여주는 한 예다. 미들랜즈 누네아톤의 경우 노동당의 득표율은 5.4%포인트 오른 반면 보수당은 32.7%포인트 추락했다.

유권자들이 보수당 심판에 그치지 않고 엄벌해야겠다고 한 트러스 전 총리의 ‘미니 예산안’ 파동은 무엇인가.

트러스 당시 총리는 2022년 9월 취임 직후 부자의 세금은 깎아주고, 중산층 이하의 복지 혜택은 줄이는 감세안을 내놓았다. 대표 경선에서 내세운 300억 파운드(약 48조 원) 감세안 약속을 지키는 것이었다.

당시 보수당 내에서도 소비자 물가가 두자릿수까지 올랐는데 감세는 재정적자 감축에 역행한다는 반대가 적지 않았지만 강행됐다.

그의 감세 정책은 시장에서 역풍을 맞아 영국발 재정 위기설이 터져 나왔다. 파운드화 환율이 근 40년 만에 1파운드=1달러 환율에 근접할 정도로 약세가 되자 트러스는 취임 6주 만에 퇴진 압박을 받았다.

감세를 하면 정부에 돈이 없으니 정부의 지출 규모를 줄여야 한다. 그런데 트러스 내각 미니 예산안 발표에는 이 부분에 대해 언급이 없었다.

기존의 정부 지출 규모를 유지하려면 줄인 세금만큼 국채를 발행하여 나라가 빚을 져야 한다. 그럴 경우 통화량이 늘어나 고인플레이션이 심화된다.

고인플레이션 상태가 지속되면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인상되면 영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 금리도 올라 정부가 감당해야 할 국채의 이자 늘어난다.

결국 감세안 가운데 가장 많은 비판이 나온 소득 상위 1%에 대한 최고 세율 인하안(연 수입 15만파운드 이상 분에 대해 45%에서 40%로 인하)은 철회했지만 혼란은 거듭됐다.

트러스는 금리 인상을 우크라이나 전쟁 탓이라고 돌렸다가 거센 비판을 받다 결국은 취임 50일 만에 물러나 역대 최단명 총리가 됐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에 대한 지지율이 크게 떨어져 “2025년 1월 총선에서 참패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가디언은 트러스의 뒤를 이어받은 수낵 총리도 사태 수습을 제대로 하지 못한 무능이 이번 선거의 참패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5월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이 광역지자체장 11곳 중 10곳에서 패배한 것은 예고편이었다.

수낵 총리가 승부수로 조기 총선 카드를 꺼냈으나 유권자의 징벌과 보수당의 참패 시기만 앞당겼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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