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눈부시게 활약했던 튀르키예의 축구 영웅 하칸 쉬쿠르(53)의 근황이 전해졌다. 현재 미국으로 망명해 택시 기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영국 데일리스타는 지난 1일(현지시간) ‘유럽의 축구 스타, ‘죽음의 위협’과 추방 끝에 미국으로 망명해 우버 운전기사로 전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매체는 “튀르키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축구선수인 쉬쿠르가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쉬쿠르는 1987년부터 2007년까지 축구 선수로 뛰면서 112회 국가대표팀 경기에 출장해 51골을 기록한 튀르키예의 ‘축구 전설’이다. 튀르키예 역대 A 매치 2위, 득점 1위 기록이다.
2002 한일월드컵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튀르키예가 4강에 진출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한일 월드컵 3·4위전에서 홍명보에게서 볼을 빼앗아 경기 시작 11초만에 뽑아낸 첫골은 역대 최단시간 골로 월드컵 역사에 남았다. 당시 튀르키예는 한국을 이기고 최종 3위를 기록했다.
쉬쿠르는 2008년 은퇴해 정계로 향했다. 그는 2011년 에르도안 대통령의 집권 여당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됐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재와 부패 등을 비판하며 2013년 탈당한 그는 군부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된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과 손을 잡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결국 반정부 인사로 분류돼 모든 재산 압류당하고 2015년 가족들과 미국으로 망명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거주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미국 영주권을 받았다. 미국에서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으나 2018년 12월 문을 닫았다.
그는 데일리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에르도안은 나에게 자유에 대한 권리, 발언할 권리, 일할 권리 등 모든 것을 가져갔다”며 “수천만 달러 상당의 재산도 모두 몰수해갔다. 심지어 나의 아버지를 감옥에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카페를 운영할 당시 수상한 사람들이 카페로 오기 시작해 경찰과 FBI의 보호를 받게 됐다. 다행히 지금은 상황이 나아졌다”며 “현재 우버 운전을 하면서 책을 팔고 있다”고 했다.
쉬쿠르는 “나는 잘못된 정치의 적이자 많은 범죄를 저질러 두려움에 떠는 정치인들의 적일 뿐”이라며 “나는 정부의 적이지만 조국을 사랑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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