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대응 ‘전 세계 비상사태’
여름철 집중된 국제행사 개최 지양해야
파리올림픽, 도쿄 때보다 고온 예상… 선수-관중-자원봉사자 열사병 위험
사우디, 지난달 행사로 1300명 사망
기상 이변의 빈도와 강도가 점점 커지면서 피해도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미미하다. 특히 여름철에 몰려 있는 대규모 야외 행사에서 사망자가 속출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26일(현지 시간)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은 ‘죽음의 대회’가 될 수 있다는 경고에 직면했다. 영국 ‘지속가능한 스포츠 협회(BASIS)’와 호주 스포츠 단체 ‘프런트러너스’ 측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선수들이 극심한 더위 속에 출전했다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7월 파리의 평균 기온은 파리에서 마지막으로 여름올림픽이 열렸던 1924년보다 2.4도 상승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포츠머스대 연구진은 “2020 도쿄 올림픽(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실제 행사는 2021년에 치러짐)이 섭씨 34도, 습도 70%를 기록한 ‘역사상 가장 더운 대회’였지만 파리 올림픽은 이보다 더 더운 대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 NBC 방송도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는 물론이고 관중과 자원봉사자의 안전도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도쿄 올림픽은 무관중으로 진행됐지만 파리 올림픽은 공식 티켓만 900만 장 이상 팔렸다. 올림픽조직위원회는 마라톤과 철인3종 등의 종목은 이른 오전이나 저녁 시간으로 일정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 의료 운영 관리자였던 다나카 쇼타 고쿠시칸대 연구원은 “열사병을 고려하면 8월에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지난달 14∼19일 이슬람 성지순례 행사인 ‘하지’ 기간에 1300여 명이 온열 질환 등으로 사망했다. 당시 메카 일대의 일평균 최고 기온은 46∼49도였고, 관측된 최고 기온은 51.7도에 달했다. 하지는 무슬림의 5대 의무 중 하나로 매년 메카에는 200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성지순례를 위해 몰린다.
문제는 이번 참사가 사우디 당국의 준비 미흡으로 벌어진 ‘인재(人災)’라는 점. 2015년 하지 기간에는 2400명 이상이 압사했고, 지난해에도 인도네시아에서만 774명의 신도가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올해 메카 지역에도 예년보다 폭염이 심각할 것이란 예보가 있었지만 당국은 식수나 냉방시설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다. 하지 참가자 중에는 고령자가 적잖았고, 사우디 당국이 제공하는 냉방시설과 쉼터에 접근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미등록 외국인이 많았다는 점도 피해를 키웠다.
한국도 지난해 8월 폭염 대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 전북 새만금에서 진행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사실상 파행한 뼈아픈 경험을 했다. 전 세계 4만3000여 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참가한 대규모 대회였지만 최고 기온이 35도에 이르는 더위에 야영장에서는 배수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온열질환 환자가 속출했다. 국내외에서 ‘준비하라(Be prepared)’는 스카우트의 모토도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호주 기후과학자 데이비드 보먼은 뉴욕타임스(NYT)에 “물론 우리는 기후변화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부리며 (대규모 행사를) 밀어붙일 수 있지만 결국 기후가 이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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