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도 도쿄의 수장을 뽑는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72·사진) 현 지사의 3선이 확실하다고 공영 NHK방송 출구조사(7일 오후 8시 기준)에서 나타났다. 파벌 비자금 조성 논란 등 악재가 쌓이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 당의 동반 지지율 하락에 고전하던 집권 자민당은 모처럼 한숨 돌리게 됐다.
7일 진행된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은 이번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고 고이케 지사를 지원했다. 고이케 지사에게 맞서 제1야당 입헌민주당 출신 렌호(蓮舫·57) 전 의원이 도전장을 던졌다.
고이케 지사는 자신이 도쿄에서 실시한 고교 수업료 무상화와 18세 이하 어린이 청소년 월 5000엔(약 4만3000원) 지원 등을 내세우며 유권자를 공략했다. 도쿄는 올 초 1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에게 1년 치 지원금 6만 엔(약 51만6000원)을 한꺼번에 지급하기도 했다. 육아 가정의 주택 임차료 경감과 무통분만 지원제 등 일본 중앙정부가 펴지 못하는 복지 정책을 공약으로 과감하게 내세운 게 큰 호응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의원 시절 ‘자민당 저격수’로 이름을 알린 렌호 후보는 고이케 지사가 추진하는 도쿄 공원 재개발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며 맞섰지만, 무소속 이시마루 신지(石丸伸二·42) 전 아키타카타시장에게도 밀려 3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역대 최다인 56명의 후보가 출마해 유권자 시선이 분산된 것도 ‘현역 프리미엄’이 강하게 작용하는 배경이 됐다.
고이케 지사는 제2 한국학교 건립을 백지화시키고 1923년 간토 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도문 송부를 거부하는 등 혐한 성향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꼽힌다.
자민당은 고이케 지사의 승리가 침울했던 분위기를 반전할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자민당은 최근 주요 선거에서 연전연패한 뒤 공개적으로 ‘기시다 퇴진론’이 나올 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선 9월 하순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총리) 선거가 치열한 경쟁으로 유권자 관심을 끌면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거란 기대도 나온다. 다만 3년 임기가 끝나는 기시다 총리의 재임은 여전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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