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대선 TV토론에서 고령 논란을 재점화시킨 조 바이든 대통령(82)이 인지기능 검사 요청을 거부했다. 토론 뒤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잠재우려 인터뷰에 나섰지만 오히려 더 악재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ABC방송 인터뷰에서 “인지기능 검사를 받겠느냐”는 3차례 질문에 모두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매일 (대통령으로 일하며) 검사받고 있는 셈”이라며 “선거운동은 물론 세상을 운영하고 있다”고 맞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참패에 대해 “나쁜 밤이었을 뿐”이라며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정도로 상태가 별로였다”고 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검사 거부는 의학적이든 정치적이든 명백한 실수”라며 “4년 더 일할 수 있다는 확신을 원하는 유권자를 모욕했다”고 지적했다.
사전 녹음 뒤 4일 방영된 바이든 대통령의 라디오 인터뷰 2건에 대해 바이든 캠프가 진행자들에게 미리 질문지를 전달했다는 WP 보도도 논란이다. 바이든 캠프 측은 “일상적인 일”이라고 반박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 능력에 대한 의심을 더 키웠다는 분석이 많다.
‘神만이 날 물러나게 할수 있다’는 바이든… 사퇴 압박은 커져
[바이든 사퇴 압박] ABC방송 인터뷰서 인지검사 거부… 라디오 인터뷰는 사전 질문서 논란 민주 상-하원 의원 사퇴 논의 확산… 유세장선 “포기해달라” 팻말 시위대
“전능하신 주님이 ‘대선 경주에서 물러나라’고 하면 사퇴하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대선 후보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또다시 밝혔다. ‘신의 개입’ 정도는 있어야 사퇴할 수 있다는 취지로 강하게 완주 의사를 밝혔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인지기능 검사 받는 것을 거부했다. 또 사전 녹음 뒤 4일 방송된 지역 라디오와의 인터뷰 2건(위스콘신주 매디슨의 시빅미디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WURD)에서는 바이든 선거 캠프에서 질문지를 미리 진행자들에게 전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업무 수행 능력을 둘러싼 우려를 잠재우려 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 커지는 모양새다.
● “주님이 사퇴하라면 한다” 완주 의지
지난달 27일 진행된 TV토론에서 참패한 뒤 바이든 대통령은 연일 유세와 민주당 관계자들과의 만남에 나서고 있다. 그는 5일에도 접전지인 위스콘신주 매디슨을 찾아 “40세처럼 보이지 않느냐”며 자신이 건강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유세 뒤 편집 없이 22분간 진행된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조지 스테퍼노펄러스 앵커가 “인지기능 검사를 받겠느냐”고 세 차례 물었을 때 모두 거부 의사를 밝혔다. 검사를 받아 논란을 잠재우기보다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인 것.
스테퍼노펄러스가 “당신이 너무 나이가 많아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의 수가 2020년 이후 두 배로 늘었다. 재선이 더 어렵지 않겠느냐”고 묻자 바이든 대통령은 “병적인 거짓말쟁이를 상대로 선거를 치를 때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TV토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더 밀리고 있다’, ‘지지율 36% 대통령이 재선한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질문에도 그는 “여론조사 데이터가 예전만큼 정확하지 않다”며 “나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적임자는 없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민주당 상하원 지도자들이 사퇴를 건의한다면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들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 “미 상-하원 민주당 의원 사퇴 관련 논의”
바이든 대통령은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민주당 내 사퇴 논의는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NBC방송에 따르면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7일 민주당 소속 고위급 하원 의원들과 화상 회의를 열고 바이든 대통령 후보직의 미래를 논의하기로 했다. 상원에서도 사퇴 압박 논의 조짐이 있다. WP는 버지니아주 마크 워너 상원의원이 사퇴 요청을 위해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 중에서는 모라 힐리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처음으로 사퇴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기부자들 반응도 냉담해지고 있다. 민주당 ‘큰손’ 기부자인 억만장자 릭 카루소를 비롯해 넷플릭스 창립자 리드 헤이스팅스와 디즈니 상속인 애비게일 디즈니도 새로운 후보가 지명될 때까지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매디슨 유세장 밖에서 “그만 포기해 달라”는 팻말을 든 시위대가 등장하는 등 유권자들의 사퇴 압박 여론도 커지고 있다. 뉴욕에 사는 한 민주당 지지자는 “오후 8시면 자야 하는 미국 대통령은 말이 안 된다”며 “후보직을 유지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배신”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같은 압박 속에 7일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 나섰다.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해 국제무대에서도 고령 논란을 돌파해야 한다.
한편 CNN 등 일부 언론이 ‘민주당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해리스 부통령은 6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에센스 뮤직 페스티벌’에 비욘세의 공연과 더불어 깜짝 등장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저격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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