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 2018년과 2019년 여객기 추락 사고과 관련해 미 법무부가 제시한 유죄 인정 및 추가 벌금 납부 등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천문학적 벌금을 내는 데다 향후 정부 방위산업 참여도 곤란을 겪게 됐는데, 유족들의 반발로 추가 재판 가능성까지 남아 있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7일 “보잉이 이날 밤 미 연방항공청(FAA)의 보고서를 토대로 법무부가 제시했던 요구 조건을 이행하겠다는 문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법무부가 지난달 30일 요구한 사항은 유죄 인정과 안전 규정 준수를 감시할 외부 컨설턴트 고용, 벌금 2억4300만 달러(약 3360억 원)의 추가 납부 등이다. 보잉은 2021년 기소유예 합의로 지불했던 2억4360만 달러까지 합치면 4억8660만 달러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게다가 보잉은 앞으로 3년 동안 규정 준수 및 안전 프로그램 강화를 위해 4억5500만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로써 보잉은 2018년 사고 이후 지금까지 벌금 및 피해 보상, 안전 시스템 강화 등에 최대 25억 달러를 쓰게 되는 셈이다.
보잉이 미 법무부의 조사를 받은 건 2018년 인도네시아 보잉737맥스 여객기 추락 사고에 이어 2019년 에티오피아 여객기 추락 사고까지 벌어지며 도합 346명이 숨진 직후부터였다. 법무부는 2021년 벌금 납부와 각종 안전기준 준수 등을 조건으로 보잉을 기소유예해 줬다. 당시 결정엔 보잉이 주요 방위산업 계약 업체란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보잉은 더 큰 곤경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잉은 지난해 미 국방부와 228억 달러어치의 방위산업 계약을 맺었지만 잇따른 사법 위험으로 계약이 취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기소를 유예해 줬던 법무부는 올해 1월 알래스카항공의 보잉737맥스9 여객기가 비행 중 덮개가 떨어져 나가는 등 또다시 사고가 잇따르자 보잉이 유예 합의 조건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재조사했다. 법무부는 이번 재조사에서 보잉이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해 추가 제재에 나선 것이다.
법무부와 합의해도 문제는 남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부 유족들은 법무부와 보잉의 합의에 대해 법원에 이의를 신청할 예정이다. 만약 해당 합의가 무효가 되면 형사 민사 재판까지 치러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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