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승리 ‘극좌’ 멜랑숑 “통치 준비돼”… 마크롱, 당분간 어색한 동거 불가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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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연합 인사 등 총리 임명 촉각


7일(현지 시간) 치러진 프랑스 총선 2차 결선 투표에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182석으로 깜짝 1위를 차지하며 프랑스 정치권은 당분간 ‘혼란스럽고 어색한 동거’가 불가피하게 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성향의 범여권 ‘앙상블’(168석)과 NFP가 극우 국민연합(RN·143석)의 승리를 막자는 일념으로 손을 잡았지만 두 세력의 정책과 이념에 큰 차이가 있다.

NFP를 이끄는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72)는 선거 결과가 나온 후 “통치할 준비가 됐다”며 총리 등에 올라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사의를 표명한 집권당 르네상스의 가브리엘 아탈 총리에게 “총리직을 유지해달라”고 밝혀 NFP 측 인사의 총리 임명 및 적극적인 협력에 선을 긋는 모양새다.

마크롱 정권은 그간 연금 수급 연령 상향 등 재정 긴축을 추진해왔다. 반면 NFP는 ‘복지 국가로의 회귀’를 외친다. 특히 NFP는 ‘마크롱표’ 연금안 폐기, 공공지출 확대, 최저임금 14% 인상 등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외교안보 노선도 천양지차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 지도자’를 자처하며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중심의 통합을 강조한다. 멜랑숑 대표는 점진적인 나토 탈퇴, 프랑스 자강론으로 맞선다. 마크롱 대통령과 같은 집권 르네상스당에 속한 스테판 세주르네 외교장관은 “극좌 LFI를 배제한 정당과의 연합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좌파 빅텐트’를 표방한 NFP 내부도 혼란스럽다. NFP는 극좌 성향인 LFI와 공산당, 온건 좌파 성향인 사회당과 녹색당 등 4개 정당이 뭉쳤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극우 정당을 물리치겠다는 목표로 모인 4개 정당이 서로의 차이를 계속 덮고 갈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 대표는 8일 “멜랑숑 대표는 (NFP에서) 가장 분열적인 인물이다. 총리직에 부적합하다”고 비판했다.

모로코 태생으로 스페인계 이민가정 출신인 멜랑숑 대표는 1976년 사회당에 입당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2012, 2017, 2022년 대선 때 세 차례 대권에 도전해 모두 패했다. 쿠바의 공산 혁명을 이끈 피델 카스트로(1926∼2016), ‘남미 좌파의 거두’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열렬한 팬이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 “경제계는 멜랑숑이 권력에 가까이 다가갈까 내내 불안에 떨었다”며 그의 반(反)기업 노선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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