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북한 헷갈리고, 해리스를 “트럼프 부통령”으로… 사퇴론 더 불지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3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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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입니다”… 바이든, 또 말실수 최근 인지 능력이 저하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협약 행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 잘못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곧바로 실수를 정정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머쓱한 듯 웃고 있다. 워싱턴=게티이미지
“푸틴 대통령입니다”… 바이든, 또 말실수 최근 인지 능력이 저하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협약 행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 잘못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곧바로 실수를 정정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머쓱한 듯 웃고 있다. 워싱턴=게티이미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 불렀다. 인지 능력 저하 우려로 대선 후보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에 대한 의심을 키우는 말실수를 반복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기기 어렵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부통령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부통령으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해리스 부통령을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잘못 언급한 것이다.

기자회견에 앞서 진행된 우크라이나 지원 협약 행사에선 젤렌스키 대통령을 “신사 숙녀 여러분, 푸틴 대통령이다”라고 소개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연단을 내려가려다 다시 돌아와 “푸틴 대통령을 이기는 데 너무 집중하고 있다”고 실수를 인정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가 (푸틴 대통령보다) 낫다”고 맞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와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지만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으로 출마하기에 최적임자”라며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1시간 회견서 “아무튼” 20여차례 반복… NYT “대선 캠프서도 사퇴 논의”
거듭되는 바이든 말실수
“내가 최적임자” 사퇴론 일축에도
인지력-건강이상 우려 불식 안돼
트럼프 “잘했어, 조” SNS서 조롱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으로부터의 투자 유치, 한일 관계 개선, 인플레이션 하락 등 자신의 국정 성과를 강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결과, 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 지원, 중국 대처 방안 등에 관한 질문에도 비교적 무난하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북한’ 언급해야 할 때 ‘한국’ 언급


하지만 거듭된 말실수로 인지 능력 저하 및 건강 이상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기자회견 직전에 열린 행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소개하며 “푸틴 대통령”이라고 말했을 때는 현장의 취재진 사이에서 “오 마이 갓(Oh my god)”이란 탄식도 나왔다고 한다.

그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칭해야 할 대목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또 중국, 북한, 러시아 등의 밀착을 거론하는 과정에선 ‘북한(North Korea)’ 대신 ‘한국(South Korea)’이라고 말하다 바로잡았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아시아태평양 4개국을 언급할 때도 “호주, 뉴질랜드, 일본…. 호주”라며 ‘한국’을 끝내 기억해 내지 못했다.

약 1시간의 회견 동안 ‘아무튼(anyway)’ ‘그런데(by the way)’ 등의 표현도 합계 20여차례 사용했다. 답변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는 뜻이다. 또 그는 ‘인지력 검사를 받겠느냐’는 질문에는 “의사들이 받으라고 하면 받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TV토론 때처럼 잠긴 목소리와 잦은 기침은 여전했다.

● 사퇴 요구, 바이든 캠프로도 번져


후보 사퇴론을 둘러싼 민주당의 내홍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내가 그(트럼프)를 이길 수 없다는 증거를 갖고 오지 않으면 물러나지 않겠다”며 사퇴론을 일축했다.

그러나 회견 직후 에드 케이스 하원의원(하와이) 등 3명의 하원의원이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이로 인해 그의 사퇴를 공개 촉구한 상·하원의원은 총 18명으로 늘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또한 213명인 민주당 하원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대통령의 재선 도전 지지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특히 NYT, NBC방송 등은 바이든 대선 캠프의 일부 참모조차 대통령의 사퇴를 건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간 민주당 의원들과 후원자들 사이에서 나오던 사퇴 요구가 캠프 내부로 번진 것이다.

사퇴를 촉구하는 참모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해리스 부통령 등 대체 후보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가능성이 크다는 여론조사를 들어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유도한다는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가 발표한 공동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양자대결 시 49%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46%)을 3%포인트 앞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양자대결에서 46%로 트럼프 전 대통령(47%)에게 뒤졌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말 실수를 조롱했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잘했어 조(Great job, Joe)”라며 비꼬는 글을 올렸다. 같은 날 NYT는 사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걸맞지 않다. 헌법, 법치주의, 국민에 대한 존중이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검은 바탕의 흰 글씨와 흑백 사진을 사용해 비장한 느낌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북한#해리스#트럼프#사퇴론#푸틴#바이든#젤렌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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