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검찰이 16일(현지시간)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대북 전문가인 한국계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외국 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테리 연구원이 국가정보원의 불법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공소장에는 연방수사국(FBI)이 테리 연구원과 국정원 관계자들의 11년간의 활동에 대해 상세하게 추적하고 있었던 정황이 담겨 있다. 또 테리 연구원과 접촉했던 국정원 관계자들의 사진도 담겨 있다.
뉴욕 남부지방법원이 이날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테리 연구원은 국정원 요청으로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의회 증언과 기고문을 작성하는 대가로 보테가베네타와 루이비통 핸드백, 돌체앤가바나 코트(추후 추가 비용을 내고 크리스찬 디오르 코트로 교환) 등을 받았다. 테리 연구원은 또 국정원 자금이라는 것을 숨기고 싱크탱크 운영비 3만7000달러(약 5100만 원)를 지원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공소장에는 국정원 관계자가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테리 연구원에게 미국 주요 매체에 한미 핵 협의그룹(NCG)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고, 한일관계 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고문을 투고하도록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과거 FBI는 2007년 재미교포 사업가 박모 씨를 국정원 대가를 받고 대북 첩보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한 바 있지만 미국 싱크탱크에서 활동하는 전직 관료 출신 전문가를 기소한 것은 처음이다.
한국계인 테리 연구원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CIA 대북정보 분석가로 활동한 뒤 2011년까지 조지 W 부시 행정부과 오바마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한국일본 담당 국장, 국가정보국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 등을 지냈다.
공소장에는 외교관으로 미국에 파견된 국정원 관계자들이 2013년부터 테리 연구원과 접촉해 나눈 대화 내용은 물론 명품 가방 등을 선물하는 폐쇄회로(CC)TV 화면, 국정원 고위 간부들과의 식사 장면 사진 등이 담겼다.
테리 연구원 측 변호인은 동아일보에 보내온 성명에서 “연방법원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테리 박사는 언제나 한미동맹을 확고히 지지해왔으며 이 기소를 기뻐할 사람은 북한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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