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개막식을 9일 앞둔 17일 오전 10시 (한국 시간 오후 5시)경 프랑스 파리 생루이섬 근처 센 강변. 바람이 쌀쌀한 오전부터 안 이달고 파리 시장(65)이 잠수복을 입고 물안경을 낀 채 강 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약 5분간 수영하고 나온 그는 “물이 정말 정말 좋다”며 “우린 수년간 이 순간을 꿈꿨다”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의 일부 수영 경기가 센강에서 열리는 데 대해 ‘오염수 수영’ 우려가 커지자 최근 수질이 개선됐다며 직접 시범 수영에 나섰다.
반면 이를 비판하는 시민들은 온라인에서 ‘센강에서 용변을 보자’는 문구를 해시태그(#)를 달아 공유하며 항의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엔 센강을 따라 변기가 줄줄이 설치된 장면이나 사람들이 화장실 휴지를 들고 센강에 모인 모습이 합성된 ‘가짜 사진’이 번지고 있다.
센강은 산업화에 따른 수질 오염으로 1923년부터 수영이 금지됐다. 와인병과 음식물 쓰레기는 물론이고 녹슨 자전거까지 강에서 건져 올려질 정도로 오염이 심각했다. 그런데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런 센강의 알렉상드르 3세 다리와 알마 다리 구간에서 올림픽·패럴림픽의 철인3종 수영 종목과 ‘수영 마라톤’으로 불리는 오픈 워터 스위밍을 열기로 했다.
‘오염수’ ‘똥물’ 논란 속에서도 조직위가 수영 경기를 고집하는 이유는 101년 만에 파리의 ‘젖줄’인 센강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준다는 상징적 의미 때문이다. 파리시는 내년부터 파리 내에 해수욕장 3곳을 개장하려는 야심 찬 계획도 세웠다. 센강 수영은 최근 TV 시청률 하락과 팬데믹 기간 ‘무관중 올림픽’으로 시들해진 올림픽 열기를 되살리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센강 수영’ ‘센강 개막식’ 등 이색적 이벤트를 신스틸러 삼아 주목도를 높이고 경제적 효과를 키우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조직위와 프랑스 정부는 14억 유로(약 2조1000억 원)를 투입해 수질 개선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파리 센 강변 지하에 올림픽 수영경기장 20개가 합쳐진 규모인 5만 ㎥의 물을 채울 탱크를 설치했다. 탱크의 터널을 통해 센강 폐수가 흘러들면 탱크를 차단해 외부 강물의 추가 오염을 막는다. 폭우로 강물이 넘칠 땐 터널을 통해 물을 탱크로 보내 강물이 공중화장실 오수와 섞이는 사태를 막는다.
당국의 수질 개선 노력에도 폭우 땐 파리시 하수의 오물이 넘쳐 폐수와 박테리아가 센강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수영 선수들은 센강 수영을 꺼리고 있다. 도쿄 올림픽 수영 여자 마라톤 10km에서 금메달을 딴 브라질의 아나 마르셀라 쿠냐 선수는 3월 AFP통신 인터뷰에서 “센강은 수영을 위해 만들어진 강이 아니다. ‘플랜B’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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