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도체산업 빼앗아간 대만, 美에 방위비 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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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집권땐 美 우선주의 강화 뜻 밝혀
“관세 외에 다른 경제 수단도 쓸것”


“대만은 미국 반도체 산업의 거의 100%를 빼앗았다. 미국에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16일(현지 시간) 공개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대만을 지켜줄 것이냐는 질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대만은 엄청나게 부유하고 우리는 그들의 보험에 불과하다”며 ‘동맹’보다 ‘돈’을 중시했다.

또 재집권 시 주요 교역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뜻을 밝히며 “필요하면 관세 외 다른 경제 수단도 쓰겠다”고 했다. 이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부과하고 있는 각종 제재도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중국 동영상 앱 ‘틱톡’ 규제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 금융시장에서 9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것도 반대하며 “금리 인하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11월 대선 전까지 금리를 내리면 안 된다”고 했다. 9월 인하가 대선 경쟁자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선前 금리인하 반대… 바이든 IRA는 녹색 사기”
[밀려오는 ‘트럼프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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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대신 에너지값 낮출 것… 전기차, 비싸고 무겁고 멀리 못가”


공화 하원 원내대표-부통령 후보와…
16일(현지 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 J D 밴스 부통령 후보(왼쪽부터)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밀워키=AP 뉴시스
공화 하원 원내대표-부통령 후보와… 16일(현지 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 J D 밴스 부통령 후보(왼쪽부터)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밀워키=AP 뉴시스
“대만은 미국에서 9500마일(약 1만5000km) 떨어져 있지만 중국에선 68마일(약 110km) 떨어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재집권 시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다른 길을 갈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16일(현지 시간) 공개된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대만과 미국의 먼 거리를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미국이 방어하기 쉽지 않다며 “대만이 우리에게 방어를 위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경제통상, 외교안보 등에서 집권 1기 때보다 한층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치겠다며 고율 관세 부과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미 전기차 산업을 살리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중국 동영상 앱 ‘틱톡’ 규제, 우크라이나 지원 등에도 한결같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IRA에 대해서는 “인플레이션 감소와 관련 없다. ‘새로운 녹색 사기(green new scam)’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 대만에 방위비 압박… 관세 무기화 시사

트럼프 후보는 이날 “대만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빼앗았다”며 대만이 미국의 안보 지원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달 25일 플로리다주의 그의 사저 마러라고리조트에서 진행됐다. 또 9일 추가 전화 인터뷰가 이뤄진 후 이날 전문이 공개됐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7일 국회에서 이에 관한 질문을 받고 “(트럼프 1기 때) 이미 경험한 바가 있기에 그때 (경험을) 교훈 삼아 여러 상황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간 미국과 적대 구도를 형성해 온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에 대해서도 바이든 행정부와는 다른 접근을 취했다. 트럼프 후보는 중국과 러시아의 최근 밀착을 ‘결혼’에 비유하며 “둘이 결혼하도록 만든 건 멍청한 바이든”이라며 “이후 그들의 ‘사촌’인 이란을 데려갔고, 또 북한을 데려갔다”고 비유했다. 또 자신이 집권했을 때 이들 나라와 문제가 없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러시아 제재 정책을 철회할 뜻을 밝혔다.

‘관세 무기화’ 의사도 강조했다. 그가 인터뷰에서 19세기 말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를 50%로 인상한 윌리엄 매킨리 전 대통령을 치켜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미 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동맹국에도 예외가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트럼프 후보는 핵심 동맹으로 꼽히는 일본에 대해 “미국에서는 일본 차가 보이지만 일본에서는 쉐보레(미국 차)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며 관세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또 중국산 애플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자신을 찾아왔던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일화를 소개하며 “왜 관세를 걱정하나.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 “대선 전 금리 인하 반대”

트럼프 후보는 금융시장 일각에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을 두고 “인플레이션은 국가를 파괴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금리를 낮출 수 없다면 (각종) 비용을 낮추면 된다”며 추가 석유 시추 등을 통해 고물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에너지 가격을 떨어뜨리겠다고 했다. 집권 당시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를 들어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시 거듭 ‘교체’를 주장했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임기는 예정된 2028년까지 보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 당선 시 ‘경제사령탑’인 재무장관으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IRA도 거듭 비판했다. 자신의 주요 기부자인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를 거론하며 “머스크는 환상적인 사람이지만 전기차는 비싸고 무거우며 충분히 멀리 가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틱톡 금지법’도 거듭 반대했다. 그는 틱톡이 미국의 다른 경쟁 앱에 “경쟁을 제공한다”고 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올 4월 틱톡 모회사인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최대 360일 안에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서비스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트럼프#반도체산업#대만#미국#방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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