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블루월 무너진다”… 실리콘밸리서도 ‘트럼프 지지’ 목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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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폭 지지했던 IT업계… 바이든 테크 규제에 ‘우경화’
밴스 실리콘밸리 경력도 영향
빅테크 거물, 트럼프 공개지지도… 머스크, 매달 600억 후원 계획

17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연설하고 있는 
동안 무대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 13일 트럼프 후보가 유세장에서 총상을 입은 뒤 주먹을 치켜올리는 사진이 나오고 있다. 
밀워키=AP 뉴시스
17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연설하고 있는 동안 무대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 13일 트럼프 후보가 유세장에서 총상을 입은 뒤 주먹을 치켜올리는 사진이 나오고 있다. 밀워키=AP 뉴시스

전통적으로 친(親)민주당 정서가 강했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빅테크 기업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트럼프 지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트럼프 후보의 ‘아바타’로 불릴 만큼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지녔고, 최근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 D 밴스 공화당 상원의원(오하이오)도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그는 현지 유력 인사들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전체적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친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현지에선 테크기업을 규제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우경화’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많다. 또 실리콘밸리의 공화당 지지세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실리콘밸리 블루월이 무너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트럼프 열풍을 이끄는 핵심 인물은 역시 머스크 CEO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럼프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는 슈퍼팩에 매달 4500만 달러(약 622억 원)를 기부할 계획이다. 보기 드문 거액의 후원이다. 올해 대선 기부금 중 지금까지 알려진 최고 기부액은 금융 재벌 티머시 멜런의 5000만 달러(약 691억 원)였다.

페이팔 COO 등을 지낸 투자자이자 머스크 절친으로 알려진 색스 역시 15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무대에 올라 트럼프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2021년 1월 6일 미 의사당 난입 사건 당시 트럼프 후보를 강력 비난했지만, 최근 지지로 돌아섰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벤처캐피털(VC)인 앤드리슨 호로위츠도 트럼프 슈퍼팩에 큰 금액을 기부할 예정이다. 공동 창업자인 마크 앤드리슨과 벤 호로위츠는 “투자 사업과 테크, 미국의 미래가 걸린 상황에선 트럼프가 더 맞는 선택”이란 입장을 밝혔다.

최근 이런 분위기에 대해 암호화폐 연구 기업인 메사리의 설립자 라이언 셀키스는 X에 “정보기술(IT) 업계의 ‘블루 월(민주당 지지 지역)’이 눈앞에서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 “빅테크 규제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불만”

실리콘밸리의 이 같은 변화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빅테크 반독점 정책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단 분석이 많다. 2016년까지 실리콘밸리 정치 후원금은 대부분 민주당 몫이었다. 미 정치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크라우드팩에 따르면 2016년 실리콘밸리 지역 정치 기부금의 99%가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쏠렸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재임 동안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술에 대한 대중들의 반발과 그에 대한 빅테크 종사자들의 분노, 빅테크를 규제하는 바이든에 대한 환멸이 결합돼 지난 몇 년간 실리콘밸리는 이념적으로 공화당으로 기울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테크업계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열린 행사에서 트럼프 후보는 총 1200만 달러의 후원금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성소수자, 노숙자, 마약, 범죄 등에 상대적으로 관용적인 정책을 펼쳐온 실리콘밸리의 문화가 중도 또는 중도 보수 성향의 현지 인력들의 우경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지 IT기업에 다니는 한 한국계 엔지니어는 “실리콘밸리의 진보적인 정책이나 분위기에 부담을 느껴 텍사스 등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의 테크기업으로 옮기는 인력도 있다”고 말했다.

● ‘밴스 효과’ 이어질까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도 실리콘밸리에서 트럼프 후보의 지지세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밴스 부통령 후보는 빅테크 종사자들의 정서를 잘 이해하고, 현지 인맥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특히 밴스 부통령 후보는 페이팔을 공동 창업한 피터 틸 팰런티어 테크놀로지 회장, 색스 전 페이팔 COO, 머스크 CEO, 에릭 슈밋 전 구글 CEO 등과도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틸 회장과 색스 CEO는 2022년 밴스 부통령 후보가 상원의원에 출마해 선거운동을 할때 각각 1500만 달러와 100만 달러를 후원했다.

다만 이런 분위기가 실리콘밸리의 다수 분위기인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현지 언론들은 “최근 트럼프 지지를 드러낸 이들은 원래도 보수적 색채가 강했다”며 “자유와 평등을 중요시하는 실리콘밸리 종사자들은 여전히 트럼프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트럼프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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