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미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대통령 선거를 3개월 조금 넘게 남겨놓은 상황에서 대선 후보가 바뀐 사상 초유의 사태에 민주당은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당대회(다음 달 19~22일)가 한달도 채 안남은 상황이라 새로운 대선 후보를 지명하고 본격적으로 선거 운동에 들어가기까지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대선 후보 지명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민주당 안팎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이 바이든 대통령을 대체할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 가장 먼저 거론되는 대선 후보는 해리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뒤를 이을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는 해리스 부통령이 꼽힌다. 그는 미국 첫 여성 부통령이자 흑인이다. 바이든 대통령을 보좌하며 지난 4년간 국정운영에 참여했다. 59세란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 국정운영 경험이 있다는 게 장점이다.
무엇보다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되면 현재까지 모금된 선거자금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이름을 걸고 선거 자금을 모았기에 특별한 제약 없이 자금을 그대로 승계받을 수 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이 아닌 다른 민주당 인사가 대선 후보가 되면 당 규정에 따라 전체 대선 자금 모금액 중 일부만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명하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정치 전문 매체 더 힐은 “실제 해리스가 바이든보다 더 강한 후보일지는 논쟁거리”라며 “CNN 토론 후 여론조사에서도해리스의 호감도(29%)는 바이든(34%)보다 낮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의 정치적 이미지가 대선에서 지지층을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많다.
해리스 부통령은 진보 성향이 뚜렷한 캘리포니아주 토박이다. 또 인도계와 자메이카계 흑인의 혼혈이다. 중도 성향과 고령층의 백인, 농촌 표심 등을 끌어오는 건 어렵다는 것. 지난 4년간 ‘해리스표 정책’이라고 내세울만한 성공 사례가 없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오히려 공화당 측은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민 정책을 담당했지만 불법 이민자만 급증했다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공화당은 해리스 부통령을 비판하는 정치 광고에서도 이민 정책 실패를 언급한다.
● 미셸 오바마까지…하마평만 10여명
해리스 부통령 외에 대안으로 거론되는 민주당 인사들 중에선 일단 뉴섬 주지사와 휘트머 주지사가 주목 받고 있다. 미국 최대 인구 주를 이끄는 56세의 뉴섬 주지사는 다양한 진보 정책 추진과 함께 반(反) 트럼프 진영의 대변인 격으로 전국적 인지도를 얻은 인물이다. 휘트머 주지사 역시 여성으로서 낙태권 등 각종 진보 정책을 펼쳐왔다.
그밖에 조쉬 샤피로 펜실베니아 주지사,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 등도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중이다.
한편, 본인이 “정치에 전혀 생각이 없다”고 밝혔음에도 대체 후보자로 언급되며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물도 있다. 작가이자 변호사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내 미셸 오바마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50% 대 39%로 크게 눌렀다. 그를 제외하고는 현재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이들 중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을 넘어선 인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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