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바람에 바이든 레임덕 위기까지… 韓방위비 협상 등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3일 03시 00분


美공화당 “대통령직도 사퇴” 압박
對中-러 압박정책 동력 잃을 위기
정부 “한미동맹 지속 발전” 언급속
핵우산 제도화 등 안보 영향 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20일(현지 시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의 대선 경쟁자였던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대선 후보직을 사퇴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1월까지 남은 임기 동안 권력 누수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체 후보로 거론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두고 “바이든보다 더 쉽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그랜드래피즈=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20일(현지 시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의 대선 경쟁자였던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대선 후보직을 사퇴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1월까지 남은 임기 동안 권력 누수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체 후보로 거론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두고 “바이든보다 더 쉽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그랜드래피즈=AP 뉴시스

21일(현지 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를 선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남은 임기인 내년 1월까지 ‘레임덕(Lame Duck·임기 말 권력 누수)’에 빠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측에선 “대통령직도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데다 바이든 대통령을 대선 후보에서 낙마시킨 인지기능 저하 논란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조기 레임덕에 빠지면 2021년 1월 출범한 뒤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주요 외교안보 정책들이 동력을 잃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또 이 과정에서 글로벌 정세 불안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도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로 최근 대미 외교에서 공을 들여온 안보 정책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 중국과 러시아 제재 동력 상실할 수 있어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통령직 조기 사퇴도 주장하고 있다. 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 캠프는 “바이든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면 대통령으로 남아 있는 것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선 바이든 대통령 건강 문제에 대한 청문회를 추진하는 등 조기 사퇴에 대한 압박을 높이고 있다.

현실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이어가지 못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원활한 국정 운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동맹국들을 규합해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을 견제하고자 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9∼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도 러시아를 지원하는 중국을 비판하며 중국 은행 등에 대한 제재를 논의했다. 그러나 레임덕이 본격화될 경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 정책은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러시아 등이 바이든 행정부의 레임덕을 틈타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어려워지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휴전 협상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

● 한국, 확장억제 제도 등 영향 받을까 우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소식이 알려진 뒤 한국 정부는 “글로벌 포괄 전략동맹으로 격상된 한미동맹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미 측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란 입장을 내놓았다. 또 “타국의 정치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가 양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주요 협의 등에는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거란 취지로 읽힌다. 다만 정부 고위 소식통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대통령과 재선을 포기한 대통령 사이에 차이가 없을 순 없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지도력이나 (국정 운영에 대한) 의지가 모두 다소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대미 외교에서 심혈을 기울여 온 확장억제(핵우산) 제도화가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미 정상은 지난해 4월 ‘워싱턴 선언’을 발표한 뒤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출범시켰고, NCG 출범 1년 만인 이달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서명했다.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가이드라인은 일단 어느 정도 완성된 셈이다.

다만 한미는 트럼프 후보가 백악관으로 복귀하면 확장억제 강화 노력이 뒷걸음칠 수 있는 만큼, 11월 5일 미 대선 이전에 실효적인 핵보복 등 확장억제 제도화 관련 협의를 최대한 진전시키고자 했다. 정부 소식통은 “이미 (확장억제 제도화의) 큰 틀은 완성된 만큼 크게 흔들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향후 논의 과정에서) 어려움이 커질 순 있다”고 토로했다.

양국이 현재 진행 중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레임덕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정부 소식통은 방위비 협상과 관련해 “바이든 정부에서 애초에 방위비 협상을 조기에 하자고 했으니 협상에 힘이 빠질진 일단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후보 교체에 따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바이든#레임덕 위기#한국#방위비 협상#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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