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해리스?…美대선 107일앞 ‘리셋’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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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선후보 사퇴 “해리스 지지”
현직 대통령 경선 승리후 하차 처음
트럼프 피격 이어 선거지형 또 반전
‘백인 남성 vs 非백인 여성’ 가능성

재선 도전 포기한 바이든 “단결해 트럼프 이겨야 할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인지기능 저하 논란 등에도 “재선 도전을 완주하겠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하고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그는 열흘 뒤인 21일 민주당의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자신을 대신할 후보로 지지했다. 그간 민주당 안팎에서 “횃불을 넘겨 달라(pass the torch)”며 사퇴를 요구한 것을 받아들였다. 워싱턴=AP 뉴시스
재선 도전 포기한 바이든 “단결해 트럼프 이겨야 할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인지기능 저하 논란 등에도 “재선 도전을 완주하겠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하고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그는 열흘 뒤인 21일 민주당의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자신을 대신할 후보로 지지했다. 그간 민주당 안팎에서 “횃불을 넘겨 달라(pass the torch)”며 사퇴를 요구한 것을 받아들였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자신을 대신할 후보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참패한 후 당 안팎에서 거센 후보 사퇴 요구를 받아 왔다. 그는 대선 완주 의사를 밝혔지만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며 건강 이상 우려가 고조되자 대선일까지 107일을 앞둔 시점에 사퇴를 결정했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고도 중도 하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 의무를 다하는 데 집중하는 게 민주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우리가 단결해 트럼프를 이겨야 할 때”라고 했다. 현직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는 1968년 린든 존슨 대통령 이후 56년 만이다. 당시 존슨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 반대 여론이 높아지며 당내 경선 과정에서 지지율 하락세를 겪었고 재선 도전을 포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성명을 내고 “민주당과 미국을 단결시켜 트럼프를 물리치기 위해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시 대안 후보로 거론됐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 민주당 내 ‘잠룡’은 물론이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당 안팎의 주요 인사도 해리스 부통령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다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원로그룹’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아직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펠로시 전 의장은 후보 선정의 공정성 등을 위해 경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판세가 요동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대선 후보 선정 절차를 놓고 당내 갈등이 야기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후보와 공화당 측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예 대통령직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후보는 “바이든은 미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며 “바이든의 주변인이 그의 육체적, 인지적 소멸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 (대통령으로) 봉사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해리스 부통령을 두고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고 주장했다. 자메이카계 및 인도계 이민자의 딸로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및 비(非)백인 부통령인 해리스 부통령이 백인 남성인 트럼프 후보와 대결한다면 인종, 성별, 정치 성향 등에서 미 역사상 가장 대조적인 두 후보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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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트럼프 이기겠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미시간주 캘러머주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유세장에 도착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 사퇴를 발표하며 해리스 부통령은 단박에 가장 유력한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 캘러머주=AP 뉴시스
해리스 “트럼프 이기겠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미시간주 캘러머주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유세장에 도착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 사퇴를 발표하며 해리스 부통령은 단박에 가장 유력한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 캘러머주=AP 뉴시스
현직 대통령인 대선 후보의 중도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미국 민주당이 대체 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차세대 대선 주자로 꼽히는 주요 현직 주지사, 소속 상하원 의원의 절반 이상,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등 당 안팎 주요 인사가 대거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은 아직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과 펠로시 전 의장은 공정성 등을 고려해 ‘후보 경선을 다시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초의 여성, 비(非)백인 부통령인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후보 경쟁력을 둘러싼 논란도 한창이다. 특히 백인 남성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는 “해리스는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고 자신의 승리를 자신했다. 다음 달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 때까지 대선 후보 지명 방식 및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해리스, 실제 후보 되기까지 걸림돌 많아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당일인 21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 영광”이라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지명받고 트럼프에게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직후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등 그의 잠재적 경쟁자로 여겨졌던 인물들이 모두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캠프 또한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캠프 이름과 선거 자금명을 ‘해리스를 대통령으로(Harris for President)’로 바꾼 서류를 제출했다.

그가 실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민주당은 다음 달 전당대회 때 대선 후보를 공식 지명해야 한다. 당 안팎의 여론이 ‘해리스 대선 후보 추대’로 모아지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온라인 투표를 통해 전당대회 전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민주당 인사가 경선에 참여하면 전당대회에선 공개 경선이 치러지게 된다. 이 경우 1차 투표 때 일반 대의원 3900여 명의 과반이 필요하다. 만약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당 고위 간부로 구성된 슈퍼 대의원 739명까지 합한 전체 4600여 명의 과반(2300명)을 얻어야 한다.

● 트럼프 “누가 나와도 이긴다”

트럼프 후보는 21일 CNN 인터뷰에서 “해리스가 더 쉽다. 좌파가 누굴 내세우든 (바이든과) 똑같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선 캠프는 해리스 부통령이 노쇠한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 운영에 깊숙이 참여했으며 불법이민 증가, 고물가 등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조만간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하는 TV 광고도 내보내기로 했다.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일단 그가 부통령으로서 뚜렷한 성과를 못 냈다는 지적이 많다. 여성과 비백인이란 배경 때문에 중도층, 특히 백인 남성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하기 힘든 만큼 ‘트럼프 대세론’을 뒤집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후보보다 18세 젊은 만큼 트럼프 후보가 바이든 대통령을 집요하게 공격했던 ‘고령 리스크’가 자신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반론이 맞선다.

21일 뉴욕타임스(NYT)가 기존에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를 종합해 평균을 낸 결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46%로 트럼프 후보(48%)에게 2%포인트 뒤졌다.

#트럼프#해리스#미국 대선#리셋#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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