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 여성 차별, 힐러리 패배한 2016년과 다르다-NYT

  • 뉴시스
  • 입력 2024년 7월 23일 1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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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지지자 중 여성 대통령 반대 많아
미투 운동, 임신중절 합법화 무표 판결
대졸 여성 근로자 남자 초과 등 사회변화
여성 정치 관심 커져 트럼프 반대 조직화

ⓒ뉴시스
8년 전 힐러리 클린턴 미 민주당 대선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에 패배할 당시와 달리 현재는 미 역사상 처음으로 근로자 중 대졸 여성이 남성보다 처음으로 많아진 상태다. 또 미투(#MeToo) 운동으로 성희롱을 한 유력 남성들이 대거 무너졌고 대법원이 연방 차원의 임신중절 권리 인정을 뒤집었다.

이 같은 변화들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유력해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유리하게 작용할까?

미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 부통령이 2016년 대선 당시 여성으로서 클린턴 후보가 직면했던 어려움에 똑같이 맞닥트릴 것이나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클린턴에 지고도 대통령 당선

해리스의 등판은 2016년 대선의 재연인 측면이 있다. 트럼프는 당시 클린턴에게 큰 표 차이로 패배했으나 대통령에 당선했다.

당시와 지금은 선거 판세가 다른 것이 사실이다. 해리스는 클린턴으로부터 유산을 받지도, 부채를 넘겨 받지도 않았다. 대통령 재임 때 말썽이 많았던 트럼프는 2016년과 달리 평판이 정해진 상태다. 해리스가 여성이자 흑인 겸 아시아계 후손이라는 점도 2016년과는 다른 점이다.

미국 사회도 8년 전과 많이 달라졌다.

은퇴 간호사인 카렌 크롤리(64)는 “여성들이 화가 많이 났다. 이 점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도 싫고 바이든도 탐탁지 않았으니 해리스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성차별적이고 여성혐오적인 연방대법원의 임신중절 합법화 무효 판결이 “여성 대통령 당선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크롤리는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여전히 해리스 부통령이 넘기 힘든 난관이라는 생각도 한다. “이 나라는 가부장적이다. 해리스는 똑똑한 검사지만 그에 반대하는 늙은 백인 남성들이 많다. 해리스가 여자라는 점이 그들에게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치인의 성별 문제삼는 미국은 후진적

정치인의 성별을 문제 삼는 미국 유권자들의 태도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후진적이다. 영국은 3명의 여성 총리가 나왔고 멕시코조차 첫 여성 대통령이 당선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해리스가 여성이라는 점이 여전히 거론된다.

줄리아 블레이크(80)는 여성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를 두고 친구들과 긴 논쟁을 벌여왔다고 했다. 석박사 학위를 가진 전문직 여성들조차 여성이 대통령이 되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분개했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이 여성이 대통령에 되는 것에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트럼프 지지자인 나오미 빌랄바(74)는 해리스가 바이든보다 낫다고 생각하면서도 해리스를 지지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선에서 여성 유권자의 55%를 득표했고 클린턴 후보는 2016년 54%를 득표했다. 트럼프에 대한 여성 유권자의 지지는 2016년 39%에서 2020년 44%로 늘었다.

◆2020년 여성 지지 더 많이 받은 트럼프

이에 따라 트럼프가 남자 후보에게는 패배했으나 여자 후보에게는 승리했었다는 우려가 다시 제기된다.

노트르댐 대학교 크리스티나 울브레히트 정치학 교수는 당선에는 실패했어도 클린턴 후보의 선전이 사람들의 생각을 많이 변화시켰다고 지적했다. 2020년 대선에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키어스텐 길리브랜드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 등 여성 후보가 다수 출마했던 점이나 올해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전 주지사가 출마할 수 있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퓨리서치 센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42%가 여성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성과 여성을 합할 경우 응답자의 39%가 여성 대통령이 타협을 통해 성과를 내는데 유리하며 37%는 정치의 품격을 유지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성별은 무관하다는 답이 과반을 넘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특히 민주당 지지자의 핵심인 흑인 여성들 사이에서 지지도가 높다.

보스턴 대 정치인 여성 및 공공 정책 센터 로리 은시아-제퍼슨 소장은 2016년 이래 여성에 대한 견해가 많이 변했다고 강조했다. 한때 먼 가능성에 불과하던 임신중절 합법화 무효 판결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눈앞의 문제가 된 것 등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지명 수락연설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부에선 성별 논의를 철저히 배척하기도 한다. 여성이라는 점을 내세우면 낙인이 찍혀 오히려 손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임신중절 문제가 화두가 돼 있는 올해 대선의 경우 민주당 후보가 여성이 돼야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임신중절 합법화 무효 판결이 트럼프 반대에 결정적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의원 출신 케이티 소렌슨은 대법원의 임신중절 합법화 무효 판결이 “충격적”이라면서 “여성의 일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자 여성의 의료 복지에 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메리 루카스(36)는 해리스 부통령 선거 지원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사회 변화에 따라 해리스 부통령이 올해는 선전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은퇴한 수의사이자 세일럼시 민주당위원장인 리즈 브래트(64)는 젊은 사람들이 예전과 달리 성별에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6년 출마했던 클린턴은 더 많이 득표했음에도 비호감이라는 평판을 받았다. 은퇴 마취과 의사로 평생 공화당원이었으나 클린턴을 지지했던 마리아 로렌시오(73)는 “바람둥이 남편을 떠나지 않은 힐러리에 대해 많은 여성들이 좋지 않게 생각했다. 또 약간 거만하고 사교적이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가 당선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여성들의 정치 관심도가 전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에 따라 여성들이 주도하는 트럼프 반대 선거운동이 훨씬 조직적이 됐다.

로렌시오는 해리스 부통령의 경력은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자격”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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