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는 미국과의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과학·기술 자립을 이뤄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재현하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야망을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부동산 침체와 수요 둔화 등 중국 소비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실제적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3박 4일간의 3중전회 폐막…결정문엔 300여 개 개혁 조치 담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각) ‘시진핑, 대부흥(Great Rejuvenation) 위해 첨단 기술에 베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어 “중국 공산당 20기 3중전회는 자립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소비 위축과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를 누그러뜨리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공산당 지도부는 지난 14일부터 3박 4일간의 3중 전회를 폐막하며 이른바 ‘진일보한 전면 개혁 심화와 중국식 현대화 추진에 관한 중공 중앙의 결정‘이란 이름의 결정문을 채택했다.
이 결정문은 2만2000여 자 분량으로, 15개 분야의 60개 항목과 300여 개 개혁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경제 영역뿐만 아니라 민주, 법치, 문화, 생태환경, 국가안보 및 국방 영역까지 다뤘다.
◆“中, 첨단 제조업 집중…미중 분쟁 속 ’과학기술 자립‘ 촉진 위한 것”
FT는 중국 공산당이 이번 3중 전회에서 첨단 제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과학·기술 자립을 이뤄내려 한다는 목표를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미국과의 지정학적 긴장이 커져가는 상황에 ’중화민족의 대부흥‘을 이뤄내려는 야망을 드러낸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실제 3중전회 결정문은 ’기술‘ ’인재‘ ’과학‘ ’혁신‘과 관련된 용어를 총 160회 언급했다.
모건 스탠리의 중국 수석 경제학자 로빈 싱은 “공급망 자립, 기술 혁신과 같은 주제가 결정문의 2만2000단어 중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며 “중국이 이 같은 주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3중 전회에서 첨단 제조업을 ’새로운 품질의 생산력‘이라고 표현하며, 이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자세히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분석가들은 “중국 정부의 전반적인 목표는 여전히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며 “이번 3중전회 결정문은 중국이 미국과의 지정학적 긴장이라는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과학기술 자립‘을 촉진함으로써 이 목표를 달성하려는 계획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류챠오 베이징대 광화경영대학원 학장은 “기술, 인프라 투자, 녹색 전환, 거대 제조업 부문의 ’디지털 업그레이드‘에 집중함으로써, 중국은 다른 선진국 경제보다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 약화·공급 과잉 우려는 해소 못 해”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3중전회는 수요 둔화를 되살리기 위한 ’소비로의 구조적 전환‘을 기대했던 경제학자들을 안심시키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FT는 300개 이상의 개혁안이 포함된 이번 결정문에는 장기 부동산 침체 해결을 위해 정부가 더 강하게 개입하겠다는 약속은 거의 없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결정문에는 기술, 인재, 과학 및 혁신과 관련된 용어는 160회 언급됐으나 부동산 부문은 단 4회만 언급됐다. 이마저도 문서의 3분의 2가 지나서야 나타났다.
FT는 “부채에 시달리는 중국 지방 정부의 재정을 재조정하려는 노력과 민간 부문에 대한 정책은 몇 가지 있으나, 매우 일반적이며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에 대한 명확한 일정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장의 산업 과잉 생산능력을 우려하고 내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조치를 기대하던 중국의 국제 무역 상대국들에, 3중전회는 잃어버린 기회였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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