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흑인 여성이 백인 경찰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대선을 앞두고 인종차별·과잉진압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이 나온다.
이 사건은 지난 6일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일어났다. 소냐 매시(36)라는 흑인 여성이 늦은 밤 누군가가 집에 침입한 것 같다며 911에 신고했다.
백인 경찰관 숀 그레이슨(30)은 동료와 함께 현장에 도착했고, 집 주변을 수색했으나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여성은 문 앞에서 경찰에게 “제발 해치지 말라”며 횡설수설했다.
경찰은 “우리가 왜 그러겠냐. 당신이 신고 전화를 했잖냐?”고 물었고, 여성은 “밖에서 누군가의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집 안으로 들어가 내부도 둘러본 뒤 여성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상황은 신분증을 찾던 여성이 부엌으로 가 끓는 물이 담긴 냄비를 들면서 시작됐다.
여성은 끓는 물을 싱크대에 붓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너를 꾸짖겠노라”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그러자 경찰관은 총을 겨누면서 “안 그러는 게 좋을 거다. 당신 얼굴을 쏠 것이다. 당장 냄비를 내려 놓으라”고 소리쳤다.
겁먹은 여성은 “알겠다, 미안하다”면서 몸을 숙였는데 잠시 후 세 발의 총성이 울리고, 여성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여성이 몸을 낮춘 후 정확히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가구에 가려져 영상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유족은 매시가 어떤 위협도 가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유족 측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매시가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었지만 경찰에게 공격적으로 대하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을 뿐이다. 얼굴에 총알을 맞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총을 쏜 경찰관은 1급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됐는데, 매시가 끓는 물을 뿌리려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보디캠 영상이 공개되면서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처럼 인종차별·과잉진압 논란이 다시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매시를 애도하는 성명을 내고 “그녀의 죽음은 흑인인 미국인들이 안전에 대한 두려움에 직면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을 상기시켜 줬다”고 말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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