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 최초의 여성 대선 후보가 되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사진)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기고문을 뉴욕타임스(NYT)에 23일 게재했다. 자신과 달리 해리스 부통령이 반드시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를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해리스가 승리하고 역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는 기고문에서 “여성 후보들이 정계의 성차별, 이중잣대 등과 싸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자신이 ‘마녀’ ‘방탕한 여자’ 등 각종 성차별적 모욕을 당했고 사람들이 자신을 본떠 만든 인형을 화형시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지 못했다는 사실이 여전히 괴롭지만 8년 전 자신이 출마했을 때와 지금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나의 출마 후 여성의 대선 출마가 더 이상 이례적이지 않은 일이 됐다”고 했다.
특히 2022년 6월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폐기하고 다섯 달 뒤 치러진 중간선거에서도 많은 여성 유권자가 낙태권 보장을 공약한 민주당을 지지해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확보한 것을 예로 들며 “낙태권 보장은 그 어느 때보다 여성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검사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의 법 집행 경험이 여러 건의 형사 기소를 당한 트럼프 후보의 각종 거짓말을 반박할 수 있는 신뢰성을 부여한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11월 5일 대선일까지 해리스 부통령에게 주어진 약 석 달 반의 짧은 선거기간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30일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 정당이 1위를 차지하자 이달 7일 결선 투표에서는 4개 좌파 정당과 중도우파 성향의 집권당이 합심해 극우 정당을 제3당으로 밀어낸 것, 4일 영국 총선에서 중도좌파 노동당이 14년 만에 집권에 성공한 것 등을 예로 들어 해리스 부통령이 범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진보의 물결’을 탔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두고 “가장 순수한 애국심의 발로”라며 높이 평가했다.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용단을 내린 것을 두고두고 인정받을 것이라며 “절망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 조직하고 결집하고 승리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 또한 실질소득 증가, 인플레이션 둔화 등 바이든 행정부가 남긴 든든한 유산을 바탕으로 대선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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