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권의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93)이 자신이 만든 ‘보수 미디어 제국’의 미래를 놓고 3명의 자녀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폭스 뉴스 등 소속 매체의 보수적인 편집 방향 유지를 위해 현재 자신의 후계자인 장남의 경영 안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머독은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포스트, 영국의 타임스등을 보유한 뉴스 코퍼레이션과 폭스 뉴스 등을 거느린 폭스 코퍼레이션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장남 라클런(53)이 그 자리를 물려받아 회장이 됐다.
NYT는 머독이 지난해 12월 자신의 사후에도 라클런이 회사의 경영을 계속 맡을 수 있도록 가족 신탁 조건을 변경하려했다고 전했다. 현재의 가족 신탁은 머독이 사망하면 장남 라클런, 차남 제임스(51), 장녀 프루던스, 차녀 엘리자베스 네 자녀가 넘겨받도록 하고 있다. 또 네 자녀 모두에게 동등한 의결권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형제 간에 어떻게 동맹을 맺느냐에 따라 장남 라클런의 경영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머독은 “정치적으로 온건한 형제들의 간섭 없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장남에게 권한을 부여해야만 보수적인 편집 방향을 유지할 수 있고, 나아가 상속인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고 법정에서 주장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라클란에게 두 회사에 대한 영구적이고 독점적인 통제권을 부여할 계획이다.
머독의 나이를 고려할 때 이번 싸움은 ‘최후의 싸움’이 될 수도 있다. NYT는 가족간 갈등의 배경에는 ‘정치와 권력’이 있다고 분석하며 “머독이 거의 25년 전에 (가족) 신탁을 고안한 이래 머독 가족의 정치적 견해는 급격하게 갈라졌다”고 짚엇다.
라클런은 머독의 자녀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인물이다. 이에 비해 차남 제임스는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비교적 온건한 성향을 보여왔다. 특히 2021년 1월 6일 미 의사당 난입 사건 이후에는 자신이 이전에 몸담았던 폭스 미디어를 두고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비판했다. 나머지 두 딸도 폭스 미디어가 우경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영어권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기업의 미래가 걸린 이번 재판은 미국 대선을 2개월 앞둔 9월 시작될 예정이다. 지난달 미국 네바다의 유언 공증 담당자는 머독이 선의와 상속인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신탁을 수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다. 양측은 모두 유명 상속 변호인을 선임하는 등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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