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트럼프호’… 충성파-공화당 우군-두 아들이 핵심[글로벌 포커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7일 01시 40분


[2024 미국 대선 D-100] 트럼프의 이너서클
2016년 대선팀 최측근이 장악… 캠프 전략-홍보-사법대응 등 주도
재집권 땐 백악관-내각 고위직에 ‘美우선주의’ 실행자들 복귀할 듯
존슨 하원의장-흑인 상원의원 등… 공화당 결집하며 의회 인맥 ‘탄탄’
부인-딸 대신 장차남 존재감 커져… 며느리들도 백악관 입성 가능성


28일이면 11월 5일 미국 대선이 정확히 100일 앞으로 다가온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 현직 대통령 겸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전격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가 잇따라 터져 이번 미 대선은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사실상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다음 달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리는 전당대회 때 공식 후보로 선출되는 의례적 수순만 남겨 놓고 있다.

동아일보는 공화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의 정책과 선거 전략을 좌우하는 ‘이너서클’을 차례로 심층 분석한다. 먼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트럼프 후보와 J D 밴스 부통령 후보의 최측근 인물에 대해 알아봤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가 결정되면 이들의 최측근 인물에 대해서도 분석할 예정이다.

● ‘충성파’로 꾸린 대선 캠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후보가 검증된 충성파 인사를 중심으로 과거 대선 때보다 규모가 작은 ‘이너서클’ 위주의 대선 캠프를 꾸렸으며 안정적이고 절제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평했다. 실제 ‘2024 트럼프호(號)’를 이끄는 캠프 핵심 세력은 대부분 2016년부터 함께해 온 인물들이다.

언론 홍보 등을 총괄하는 제이슨 밀러 전 백악관 선임고문(49)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백악관의 첫 공보국장으로 임명됐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2월 일찌감치 캠프에 커뮤니케이션 고문으로 합류했다. 특히 13일 트럼프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 직후 치러진 15∼18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후보가 평소와 다르게 ‘국민 통합’을 강조한 연설을 한 것은 밀러 고문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는 평가다.

대선 캠프의 ‘입’은 스티븐 청 대변인(42)이다. 과거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단체 UFC의 커뮤니케이션·홍보를 담당했다. ‘격투기 애호가’ 트럼프 후보와 종종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UFC 경기를 함께 볼 만큼 친밀하다. 반대파에게는 ‘미치광이’ ‘정신착란’ ‘쓰레기 자루’ 같은 등 거친 언사를 종종 사용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런 그를 두고 “논란을 몰고 다니는 상사(트럼프)를 보호하는 데 앞장선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투견(鬪犬)’으로 불리는 보리스 엡스타인 법률 고문(42)은 여러 건의 민형사상 기소를 당한 트럼프 후보의 사법 위험을 관리하는 인물이다. 트럼프 후보가 유죄 평결을 받은 ‘성추문 입막음’ 재판정에도 자주 등장했다.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를 두고 수니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활개치는 데 공모했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당시 중국 견제에 주력하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중동에 대한 개입을 줄이면서 IS 같은 테러단체가 난립했다는 비판이다. 워싱턴포스트(WP) 또한 트럼프 후보가 엡스타인의 충성심과 추진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진단했다.

전 백악관 부실장인 댄 스캐비노 선임고문(48)은 소셜미디어 사용을 즐기는 트럼프 후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다. 캐디로 일하던 16세 때 라운딩을 한 ‘고객’으로 트럼프 후보를 처음 만났고 이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처음 만들어진 직책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자를 지냈다. 당시 트럼프 후보의 ‘X(옛 트위터)’ 계정 ‘@realDonaldTrump(진짜도널드트럼프)’에 매일같이 쏟아내던 수십 건의 ‘폭풍 트윗’ 중 일부를 대신 작성하고 게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캠프에 합류한 인물 중에는 크리스 라시비타(58)와 수지 와일스(67)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이 측근으로 꼽힌다. 해군 출신인 라시비타의 선거운동 경력은 30여 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캠프에도 있었던 와일스는 40여 년에 이른다. 관록으로 무장한 두 사람은 트럼프 후보와 바이든 대통령의 대결 구도를 ‘강자 대 노약자’로 설정해 큰 성공을 거뒀다.

특히 와일스 위원장은 당초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선거 참모였으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의 사람’으로 변신했다. 시사매체 디애틀랜틱은 그를 트럼프 후보의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의 부통령’ ‘숨은 권력자’로 평했다.

● 관세 폭탄-방위비 증액 압박 확실시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하면 지난 행정부에서 ‘트럼프표 정책’을 설계한 인물들도 내각에 재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국무장관으로 유력한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58)은 온화한 태도와 충성심으로 트럼프 후보의 신임을 얻었다. 중국에 대한 강경 노선,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 등을 강조하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77)는 트럼프 후보의 대표 정책 ‘미국 우선주의’를 가장 잘 실행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보호무역 정책을 설계했다. 한국 등 동맹국에도 관세 인상을 압박했다. 대표적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인 오하이오주의 변호사 출신으로 1983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부터 USTR 부대표를 지낸 통상 전문가다.

차기 국가안보보좌관으로는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국대사(58)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유럽 주요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 등을 외친다. 그는 트럼프 후보가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한 18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보호를 받고 싶으면 돈을 지불하라”고 압박했다. 올 3월 팟캐스트에서도 “미국에는 강인한(tough) 수석 외교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키스 켈로그 전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사무총장(80)도 요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트럼프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에서 안보센터장을 맡고 있다.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고문(39)도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소말리아, 예멘, 수단 등 이슬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일시 불허하는 극단적인 반(反)이민 정책을 주도했다. 유대계라는 점 때문에 이슬람권 나라를 대상으로 한 입국 불허 조치는 더욱 논란이 됐다. 극우 성향으로 젊은 나이에도 트럼프 후보의 두터운 신임을 얻으며 당시 대통령의 취임 연설문 작성에도 관여했다.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권한대행(59)은 차기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당시 아프가니스탄 미군 병력 감축 등 트럼프 후보의 요구 사항을 충실히 이행했다.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매슈 휘터커 전 법무장관 직무대행 등도 요직에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 의회 인맥도 든든


2016년 대선 때만 해도 트럼프 후보는 정계 아웃사이더였다. 당연히 의회 내 영향력도 거의 없었다. 반면 올해는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을 완전 장악하며 의회 내 탄탄한 우군을 확보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대통령, 부통령에 이은 미 권력 서열 3위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52)은 사실상 트럼프 후보가 의장직에 앉혀준 인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예산 정국에서 민주당과 협력하다가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해임된 뒤 당시 여러 신임 의장 후보가 거론됐지만, 트럼프 후보가 지지한 존슨 의장이 최종 낙점을 받았다. 그는 5월 트럼프 후보가 뉴욕 법원에서 ‘성추문 입막음’ 형사 재판을 받을 때도 동행했다.

한때 부통령 후보로 거론됐던 팀 스콧 상원의원(59·사우스캐롤라이나)은 공화당 상원의원 중 유일한 흑인이다. 트럼프 후보의 지지 기반을 중도층으로 확장할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후보의 극단적인 우파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에 오염되지 않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엘리스 스터파닉 하원의원(40·뉴욕)은 친(親)트럼프 진영의 ‘여성 샛별’로 꼽힌다.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뉴욕주의 공화당 의원으로 지난해 반(反)유대주의 논란에 휩싸인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들을 공격하면서 전국적 인지도를 얻었다. BBC방송은 조만간 그가 “공화당에서 가장 강력한 여성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여자 트럼프’로 불리는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50·조지아)도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후보를 추종하는 극우 음모론 집단 ‘큐어논(QAnon)’의 신봉자로 유명하다. 수시로 ‘반대파 사형’ 등을 거론하는 극단적 성향이다. 동료 의원들의 사이에서는 별다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트럼프 핵심 지지층에서는 적잖은 영향력을 보유한 논쟁적 인물이다.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에도 참석했다. 가디언은 이런 그를 두고 “전통 공화당이 배척하려던 극우주의자가 처음으로 전당대회의 문턱을 넘었다”고 평했다.

● 장·차남-며느리도 활약


트럼프 후보의 가족 중에서는 장남 트럼프 주니어 트럼프그룹 수석부사장(47)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를 트럼프 후보의 3남 2녀 중 “부친과 가장 닮은 자녀”로 평했다.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여러 부통령 후보군 중 최종 낙점된 것도 트럼프 주니어가 밴스 후보를 선호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주니어의 약혼자인 방송인 겸 법조인 킴벌리 길포일(55)도 주목받고 있다. 과거 민주당의 잠룡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결혼했지만 이혼했다. 이후 폭스뉴스 진행자 등으로 활동하며 보수 논객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2020년 대선 때도 트럼프 대선 캠프의 최고모금책임자 겸 법률 고문을 맡았다.

차남 에릭 트럼프그룹 부사장(40)은 공화당 전당대회가 개막한 15일 플로리다주 대의원 자격으로 ‘호명 투표(롤 콜·Roll Call)’에 참여했다. 에릭이 아버지를 두고 “가장 위대한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선언한다”고 공식 선언하는 장면은 큰 화제였다. 뉴욕포스트는 이런 에릭을 ‘트럼프 후보의 비밀 병기’로 평했다.

에릭의 부인 라라(42)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공동 의장 자격으로 이번 대선의 선거자금 모금을 총지휘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는 트럼프 후보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 장녀 이방카에 가려 존재감이 크지 않았지만 올 3월 공화당 ‘금고지기’ 격인 RNC 의장을 맡아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미 전역을 순회하는 ‘버스 투어’도 기획했다. WP 또한 라라는 단순히 트럼프 후보의 며느리를 넘어 트럼프 일가와 정계를 이어주는 통로라고 평했다.

다만 트럼프 후보가 정부의 공식 통로 대신 ‘소셜미디어 깜짝 발표’, 각국 정상과의 ‘톱다운(Top down·하향식) 외교’처럼 본인이 무대 전면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후보는 특히 대외 정책에서는 특정 인물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고 본인이 주도권을 쥐려 한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2.0’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트럼프의 측근’을 살피는 일도 필요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트럼프’라는 인물 자체를 속속들이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다.

#트럼프호#미국 대선#충성파#공화당 우군#두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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