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4 파리 올림픽에 프리미엄 파트너로 참여하는 프랑스 명품 패션기업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LVMH는 파리 올림픽의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이자 최대 스폰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스폰서 계약으로 벌어들이는 총액의 약 10분의 1인 1억5000만 유로(약 2250억 원)을 LVMH가 낸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75)은 장남 앙투안 LVMH 부회장(47)에게 올림픽 관련 업무를 맡겼다. 앙투안 부회장은 주류, 패션, 주얼리 등 LVMH 산하 브랜드를 총동원해 행사 곳곳에 배치했다. 메달과 프랑스 선수단 단복부터 행사 주류, 자원봉사자 유니폼, 성화 보관함 등 LVMH 제품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올림픽이 거대한 LVMH 쇼윈도로 변신한 것이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끄는 이번 대회 메달도 LVMH 산하 주얼리 브랜드 쇼메가 디자인했다. 한국에선 송혜교 차은우 등이 홍보대사로 활약 중인 브랜드다. 쇼메는 1920년대부터 선보인 ‘선버스트(태양 폭발)’ 모티브를 활용해 메달을 디자인했다. 소재도 특별하다. 에펠탑 보수 공사 당시 보관해뒀던 철제 조각을 메달에 넣었다.
관중이 자주 볼 기회는 없지만 메달 뒷면에도 프랑스의 상징을 추가했다. 통상 올림픽 메달 뒷면에 새기는 그리스 신화 속 승리의 여신 니케,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외에도 에펠탑을 새겨 넣었다.
시상대까지 메달을 운반해가는 트레이(상자)도 LVMH 산하 패션 브랜드인 루이비통이 디자인했다. 루이비통을 상징하는 갈색 격자무늬 패턴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했다. 격자무늬 외부는 캔버스로, 메달이 놓이는 평면은 검은색 가죽을 사용해 루이비통 장인들이 만들었다. 성화 보관함 또한 비슷한 디자인으로 제작됐다.
메달을 전달하는 자원봉사자 유니폼도 루이비통이 만들었다. 19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폴로셔츠, 바지, 가브로슈 모자 등 전부 친환경 원단을 사용해 만들었다.
프랑스 선수단이 개회식에서 입은 단복은 LVMH가 1993년 인수한 정통 프랑스 남성복 브랜드 벨루티가 제작했다. 턱시도, 셔츠, 벨트, 스카프, 신발 등으로 구성해 프랑스식 우아함을 표현했다. 이번 올림픽을 맡은 앙투안 부회장은 2011~2023년 벨루티 최고경영자(CEO)로 지내며 남성화에 주력했던 벨루티를 럭셔리 남성복 브랜드로 탈바꿈시킨 이력도 있다.
올림픽 VIP 라운지에서는 LVMH 주류 계열사 모에에네시 와인이 제공된다.
파리시가 도심 랜드마크 곳곳에 지은 임시 경기장이 관광객으로 붐비는 가운데 LVMH의 ‘야심작’에도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바로 154년 전에 세워진 아르데코 명작 사마리텐 백화점이다. 이 건물은 유리로 된 천장과 철제 기둥, 백화점 어디서든 보이는 거대한 공작새 프레스코화로 유명하다. LVMH는 2005년 붕괴 위험성 때문에 강제 폐점된 이 백화점을 매입한 뒤 약 1조 원을 들여 복원해 지난해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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