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야권을 ‘극우 전체주의자(파시스트) 무리’라고 비난했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게 일종의 ‘쿠데타’나 다름없다며 강경 진압 가능성도 거론했다. 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아르헨티나, 칠레 등 중남미 7개국 외교관을 추방하기로 하는 등 ‘공포 통치’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
베네수엘라 전역에서는 대선 결과에 분노한 시민들의 시위가 계속됐다. 일부 시민은 마두로 대통령의 선거 포스터를 찢었다. 또 시위대는 마두로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이며 동시에 ‘중남미의 반미, 좌파 지도자 대부’로 평가받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동상까지 무너뜨렸다.
야권 지지층은 30일 오전 11시(한국 시간 31일 0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열기로 했다. 야권을 지지하는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추가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마두로 “야권은 ‘과이도 2.0”…7개국 외교관 추방
마두로 대통령은 29일 기자회견에서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야권 대선 후보와 그를 지지하는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전 국회의장 등을 ‘과이도 2.0’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역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던 2018년 대선 직후부터 2022년까지 미국 등 약 50개국의 지지를 받아 ‘임시 대통령’을 자처했던 또 다른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전 국회의장에게 빗댄 것이다. 과이도 전 의장은 야권 분열로 임시정부가 붕괴되자 지난해 미국으로 망명했다.
같은 날 마두로 대통령의 측근 이반 힐 외교장관도 “미국에 종속돼 파시즘을 고수하는 우익정부 집단의 간섭 행위를 강력히 거부한다”며 아르헨티나, 칠레, 코스타리카, 페루,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 우루과이 등 7개국 외교관을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이 나라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게 내정간섭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특히 칠레는 좌파 성향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이 집권 중인데도 ‘우익 정부’를 운운했다. 파나마, 페루 등도 자국 주재 베네수엘라 외교관들을 추방하겠다고 맞섰다. 파나마는 단교까지 고려 중이라고 했다.
베네수엘라 전역에서는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시위대는 29일에만 차베스 전 대통령의 동상을 최소 3개 이상 무너뜨렸다. 이 장면이 과거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동상이 무너질 때와 비슷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시위대는 마두로 대통령의 선거 포스터를 찢고 발로 밟았다.
상당수 시민들은 냄비를 시끄럽게 두드리며 항의하는 중남미 특유의 시위 방식을 선보였다. 또 일부는 수도 카라카스의 주요 도로를 봉쇄하고 국제 공항 점거를 시도했다.
마두로 정권 또한 강력 진압을 천명해 유혈 사태가 우려된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현지 인권단체 ‘포로파넬’은 시위로 북서부 야라쿠이주에서만 최소 1명이 숨지고 46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 美 “추가 제재” vs 中 “마두로 3선 축하”
29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마두로 정권이 대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느냐에 따라 향후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제재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사실상의 추가 제재를 시사한 것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집권한 2017년부터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고 자산 등을 동결했다.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대선을 공정하게 치르는 조건으로 이 제재를 완화했지만 다시 강화할 뜻을 밝힌 셈이다.
반면 3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마두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 시 주석은 “외부 간섭에 반대하는 베네수엘라의 대의를 지지한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중국은 미국의 앞마당 격인 중남미에서 반미, 좌파 성향 지도자가 집권한 나라를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하는 데 관심이 많다. 중남미에서 자국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 영향력은 줄이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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