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이 ‘강제동원’ 문구 없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내에서도 역사의 부정적인 측면을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 유산에 정통한 이데 아키라 가나자와대 교수(관광학)는 31일자 요미우리신문에 “산업 유산에는 노동 착취나 건강 피해, 환경 파괴 등 어두운 역사가 따라다닌다”며 “‘전체 역사’의 전시는 근년 세계 유산의 주류 생각으로, ‘사도섬의 금산(사도광산)’도 찬란한 역사 뿐만이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에도 계속 마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쓰우라 고이치로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정치적으로 복잡한 유산 추천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마쓰우라 전 사무총장은 “인류의 역사는 밝은 면 뿐만 아니라 전쟁 노예 등 부정적인 면도 있다”며 “그것을 잊지 않도록 하고 평화에 이바지하는 것도 세계유산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진보 성향 아사히신문은 30일자 사설에서 “강제노역이냐 아니냐의 견해가 한일 간에 엇갈리는 가운데 강제의 표현은 피하면서 가혹한 노동환경에 있었음을 현지에서 전시함으로써 양 정부가 절충한 타협의 산물이라고는 하지만 직시해야 할 사실임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사히는 “(세계유산)등록 결정 다음 날인 28일부터 현지 향토박물관에서는 한반도 출신이 위험한 갱내 작업에 종사한 비율이 내지 출신보다 높았던 상황 등이 전시공간을 마련해 소개되고 있다”며 “밖에서 말할 것도 없이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역사와 마주하는 것이 본래 있어야 할 모습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국가의 독점물도, 빛으로만 채색된 것만은 아니다”라며 “그림자 부분을 포함해 전체를 받아들여야 유산의 가치를 더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27일 일본 니가타(新潟)현 사도섬에 위치한 사도광산을 전원동의(컨센서스) 방식으로 세계유산으로 등재를 결정했다.
일본은 사도광산에 조선인 노동환경을 보여주는 전시물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고, 사도광산에서 2㎞ 떨어진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의 일부 공간을 할애해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관을 운영하기로 했다.
전시공간 제목은 ‘조선반도 출신자를 포함한 광산 노동자의 생활’이며 일본 국내 정치 현실을 감안해 한국인 노동자로 특정하지 않았다.
사도광산 관련 전시 주제는 ▲노동자의 출신지 ▲광산 노동자의 생활 ▲가혹한 노동 조건 등이다. 안내도 설명은 영어와 일본어로 제공된다.
조선총독부 관여로 제2차 세계대전 중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사도광산에 1000명 이상의 한국인 노동자가 있었다는 문구가 안내도에 포함됐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이 합의해 설치한 전시 공간에 강제노역이나 강제동원 등 ‘강제’라는 표현이 담기지 않아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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