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조선인 학살’ 정면으로 담은 NHK 드라마 화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31일 1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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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드라마 ‘호랑이에게 날개’서 “무고한 조선인 학살당해”
“조선인 차별 문제 다루겠다는 제작진 각오 느껴져” 평가

NHK 아침드라마 ‘호랑이에게 날개’ 장면. 출처=NHK X(옛 트위터)


일본 공영방송 NHK의 드라마에서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자행된 조선인 학살을 정면으로 언급한 장면이 방영돼 일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본에서는 과거사를 왜곡하거나 숨기려는 움직임이 여전하다. 특히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한일 관계 개선, 사도광산의 조선인 노동 등 전체 역사 기록 합의 등으로 부끄러운 과거사를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일본에서 형성되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있다.

NHK 일일 아침드라마 ‘호랑이에게 날개(虎に翼)’는 30일 방영한 87화에서 간토대학살 문제를 다룬다. 1920년대가 배경인 이날 방영분에서는 조선인 남성이 피고인이 된 방화 사건 재판이 그려졌다.

판사가 “불이 나지 않으면 연기가 올라오지 않는다”며 조선인 피고인 동생에게 강한 의심의 눈길을 보내자, 판사의 상사는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유언비어 때문에 무고한 조선인이 학살당했던 일을 설명한다.

그는 “차별이 생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다고 끝내버릴 건가, 연기를 피운 사람이 누구인지를 찾아낼 것인가”라며 무고한 사람을 잡으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NHK 아침드라마 ‘호랑이에게 날개’ 장면. 출처=NHK X(옛 트위터)

민감한 소재를 다룬 드라마에 일본 내 반응은 뜨겁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조선인 학살을 부정하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이 드라마를 보라”며 응원하는 글과 “NHK는 좌파다” “왜 일부러 (조선인 차별 문제를) 다루는가” 등 반발도 나오고 있다.

우치다 다쓰루(内田樹) 고베여학원대 명예교수는 X(옛 트위터)에 “드라마 등장인물은 조선인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간토대지진으로 수많은 조선인이 유언비어로 살해당했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일본 사회의 조선인 차별을 정면으로 그리겠다는 제작진의 각오를 느꼈다”고 글을 남겼다.

올 4월 시작된 NHK 일일극 ‘호랑이에게 날개’는 1938년 일본 최초의 여성 변호사가 된 미부치 요시코의 일생을 다룬 드라마다. 일제강점기,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일본 법조계가 배경이다. 탤런트 하연수가 조선에서 온 유학생 ‘최향숙’ 역할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극 중에서 최향숙은 오빠가 일본 경찰에 쫓기다 조선으로 귀국한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간토대지진#조선인 학살#nhk 일일 아침드라마#호랑이에게 날개#虎に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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