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31일 암살되면서, 가자전쟁 휴전 협상에 깊숙이 개입해 온 미국에서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3개월가량 남은 미국 대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을 방문한 지 일주일 만에 발생했다. 그는 지난달 24일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했고, 25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가 확실시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만났다. 또 26일에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만났다.
양 진영의 온도 차는 뚜렷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면담에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가자 전쟁 민간인 피해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군사지원을 해 온 것에 반발하는 부동층의 표심을 노렸단 해석이 나온다. 특히 대표적 경합주인 미시간주(州)엔 아랍계 인구가 많아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심하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으로 네타냐후 총리를 초청하며 이스라엘을 향한 우호적 태도를 부각했다. 면담 뒤 기자회견에서도 전날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에 대해 “무례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재임 시절 노골적으로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인 트럼프 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즉시 가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이스라엘을 사랑하거나 유대인이면서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완전히 바보(fool)”라고 말했다.
하마스가 하니야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는 가운데 가자 전쟁이 확전되면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을 둘러싸고 책임 소재 공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아직 백악관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31일 기자회견에서 “전쟁은 불가피하지 않다. 외교를 위한 공간과 기회는 항상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이 5월 제시한 ‘3단계 휴전안’을 놓고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수개월째 지지부진한 협상을 이어왔다. AP통신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마스가 협상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31일 싱가포르 CNA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하니야) 암살에 대해 인지했거나,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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