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언론인協 초청 토론서 문제 발언
해리스 “분열적이고 무례” 강력 비판
트럼프, 밴스 잇단 설화 휩싸이자
“부통령, 대선에 어떤 영향도 못미쳐”
“해리스는 항상 인도계였으나 갑자기 흑인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사실상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대선 경쟁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혈통을 공격하며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 갔다. 자메이카계 흑인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를 둔 해리스 부통령이 흑인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최근 흑인 혈통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는 의미다. 자신이 19세기 흑인 노예를 해방시켰던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이후 흑인을 위한 최고의 대통령이라고도 주장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즉각 “분열적이고 무례하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 후보의 노골적인 인종주의 발언이 역풍을 불러와 ‘해리스 바람’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여성 비하 발언 등으로 ‘부통령 자질’을 의심받고 있는 J D 밴스 후보에 대해 “역사적으로 부통령은 대통령 선거에 어떤 영향도 못 미쳤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 후보를 비판하진 않았지만, 대선 경쟁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건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 트럼프 “나는 링컨 이후 흑인 위한 최고 대통령”
트럼프 후보는 지난달 31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초청 토론에서 “해리스는 항상 인도계였다. 나는 몇 년 전 갑자기 그가 흑인으로 변신하기 전까지 흑인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항상 인도계였고 갑자기 흑인으로 돌아섰다. 누군가 이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후보는 또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친’ 해리스는 자신이 인도계고 흑인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인종적 정체성을 포함해 모든 사람을 이용한다”고 썼다.
트럼프 후보가 해리스 부통령의 혈통을 공격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흑인 표심을 잡기 위해 흑인 언론인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것에 대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과거 흑인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인도계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에 대해서도 인종주의 발언을 했다는 점도 지적받았다. 그러자 “끔찍하고 무례한 질문”이라고 발끈하는 등 시종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국 토론은 예정됐던 1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34분 만에 트럼프 후보 측 요청으로 끝났다.
트럼프 후보는 자신을 “링컨 이후 흑인을 위한 최고의 대통령”이라고도 주장했다. 자신이 재임 중 국경장벽 건설 등을 통해 불법 이민자에 대해 강경한 정책을 취한 것이 라틴계 이민자와 저소득층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일부 흑인에게 좋은 일을 한 것이라는 취지다.
트럼프 후보의 발언에 대해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혐오스럽고 모욕적”이라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되는 마크 켈리 상원의원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며 “트럼프 후보가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 상승으로 ‘겁에 질린 늙은이’가 됐다”고 꼬집었다.
공화당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공화당 선거 전략가 셔마이클 싱글턴은 CNN에 “많은 흑인 유권자가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이유로 이 발언을 지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빈 크레이머 공화당 상원의원 또한 “정치적으로 현명하지 않다”고 했다.
● 트럼프 “부통령, 대선에 어떤 영향도 못 미쳐”
트럼프 후보는 이날 자신이 발탁한 밴스 후보가 ‘부통령으로서 적합하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항상 그(밴스)를 존경해 왔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부통령은 대선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밴스 후보의 설화에 대한 부담을 인정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익명의 공화당 상원의원은 정치매체 더힐에 “트럼프 후보가 밴스 후보로 인해 ‘행복하지 않다(unhappy)’”고 전했다.
밴스 부통령 후보는 직접 출산한 자녀는 없으나 남편이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자녀를 양육했던 해리스 부통령을 두고 ‘캣 레이디(cat lady·고양이 기르는 독신 여성을 가리키는 속어)’라고 비판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밴스 후보는 자식이 없는 사람들을 소시오패스로도 빗댄 것으로 드러났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