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년 전 사망한 한 고대 이집트 여성의 미라가 입을 크게 벌린 채 절규하는 듯한 표정으로 발견된 가운데, 이런 모습이 죽음 당시의 고통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사하르 살림 카이로 대학교 방사선과 교수 연구팀은 고대 이집트 여성의 미라가 왜 입을 크게 벌린 표정을 하고 있는지 컴퓨터단층촬영(CT)과 X선 회절 등을 이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고통스러운 죽음 또는 정서적인 스트레스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메디신’에 실렸다.
이 미라는 1935년 이집트 룩소르의 고대 이집트 제18왕조 하트셉수트 여왕 시대의 건축가 세넨무트 무덤 아래 나무 관에서 발견됐다.
특히 이 미라는 에드바르 뭉크의 그림 ‘절규’를 연상케 하는 표정을 짓고 있어 발견 당시 고고학자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연구팀은 이 미라의 생전 키가 155㎝ 정도였으며, 48세 정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척추 등에 가벼운 관절염을 앓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도 CT를 통해 밝혀냈다.
다른 미라와는 달리 몸 안에 장기가 제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들어있었고, 방부 처리를 위한 절개의 흔적도 보이지 않은 것도 특징이었다.
이에 대해 살림 교수는 “미라의 장기가 그대로 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면서 “이집트 신왕국 시대(기원전 1550~1069년)의 미라화 방법은 심장을 제외한 모든 장기를 제거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여성 역시 상류층이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금과 은으로 된 풍뎅이 모양의 반지 ‘스카라베’를 낀 채 매장됐으며 방부 처리 재료로 값비싼 향나무와 헤나 염료가 사용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 여성의 정확한 사인은 여전히 밝혀내지 못했다. 단지 이 여성이 사망 당시 극심한 고통이나 정서적 스트레스를 겪었으며, 즉각적으로 사후 경직이 나타나면서 그 고통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살림 교수는 “방부 처리를 맡았던 사람들이 시신의 입을 닫아주지 못했고, 시신이 부패하거나 이완되기 전에 미라화가 진행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가설에 일부 연구자는 “방부처리사에게는 시신의 입을 닫아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seul5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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