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공산당 서기장에 또럼 현 국가주석(67·사진)이 선출됐다. 최근 수년간 대규모 반(反)부패 수사를 주도한 럼 주석이 향후 자신과 경쟁할 수 있는 고위 인사들에 대한 반부패 수사를 강화하고, 이로 인해 베트남 정부의 집단지도 체제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로이터통신과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베트남 공산당은 이날 오전 중앙위원회를 열어 지난달 별세한 응우옌푸쫑 서기장 후임으로 럼 주석을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2011년 제7대 공산당 서기장에 취임한 쫑 서기장은 베트남전이 끝난 1975년 이후 최장수 서기장이자 호찌민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꼽혔다.
후임 럼 주석은 1979년부터 약 40년간 베트남 공안부에서 근무했다. 2016년 공안부 장관을 맡아 수년간 ‘불타는 용광로’로 불린 반부패 수사를 주도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쫑 서기장의 잔여 임기인 2026년까지 서기장을 맡게 된다.
공안부 경력을 바탕으로 서열 1위에 오른 럼 주석이 베트남의 집단지도 체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베트남은 각각 서열 1∼4위인 공산당 서기장,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이 권력을 나눠서 행사하는 구조다.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정치적 안정성’을 내세우기 위한 것. 그러나 최근 1년 사이에 국가주석이 두 명이나 중도 교체되고, 국회의장도 임기 중 물러나는 등 지도 체제에 균열이 감지됐다. 칼 세이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명예교수는 AFP통신에 “럼 주석은 매우 중요한 인물들을 끌어내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며 “그는 다시 그렇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럼 주석의 서기장 선출 당일, 중앙위는 레민카이 부총리와 당꾸옥카인 천연자원환경부 장관 등 ‘당규 위반’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고위직 4명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그가 공산당 서기장과 주석직을 겸임하면서 베트남이 사실상 시진핑 국가주석 1인 체제가 된 중국과 유사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ISEAS-유소프 이샤크 연구소의 응우옌칵장 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럼 주석을 대신할 국가주석을 지명하지 않을 경우 베트남의 새로운 장(집단지도 체제의 본격적인 약화)을 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관행은 2026년 이후에도 표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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