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확산에 비트코인 6만선 붕괴
‘월가 공포지수’ VIX 2년새 최고
“금리 미리 내렸어야” 연준에 화살
“경기과열서 식어가는 과정” 해석도
2일 전 세계 시장을 충격에 빠뜨린 미국 일자리 보고서와 각종 지표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주식을 넘어 암호화폐 시장까지 번지면서 4일 비트코인은 두 차례에 걸쳐 6만 달러 선이 붕괴됐다.
외신들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 폭락을 거듭한 대형 기술주에 대한 불안에 일자리 보고서의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시장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11월 미 대선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 커지는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이번에 발표된 7월 일자리 보고서는 미국의 고용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 미국 경제가 더 이상 낙관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시장 전반으로 확산시켰다. 실업률, 고용지수, 제조업지수도 한결같이 어두웠다. 2일 이른바 ‘월가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30에 육박해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글로벌 증시 급락 사태는 주말이 이어지면서 잠시 멈췄다. 하지만 쉬지 않고 돌아가는 암호화폐 시장은 주말에도 파장이 이어졌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기준 비트코인은 4일 2번에 걸쳐 6만 달러 선이 붕괴됐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이 주식 시장의 급격한 폭락과 경기 침체 우려를 둘러싼 위험 회피 분위기 때문에 하락을 면치 못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통화 정책에 정책적 오류의 위험이 있다는 분명한 경고”라고 해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인용해 “연준은 실수를 했다. 금리는 몇 달 전에 인하했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간 계속해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파월은 여름 휴가를 취소하고 지금 당장 금리를 인하하라. 6주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압박했다.
시장 상황이 급박해지면서 월가에서는 연준의 ‘금리 정상화를 위한 공격적이고 명확한 신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JP모건과 씨티그룹은 9월과 11월에 각각 0.5%포인트씩 연내에 총 1.25%포인트 인하를 전망했다. 2001년과 2007년 경기 침체 직전에도 연준은 0.5%포인트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 대선에 어떤 영향 줄지도 촉각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11월 미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WSJ는 “앞으로 몇 달 안에 더 광범위한 경제 침체가 나타난다면 이미 엎치락뒤치락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간의 대선 경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정적인 경제뉴스, 해고 증가, 주식 시장 혼란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조 바이든 행정부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해리스 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뜻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경제 자문가였던 마크 슈머린은 “경제가 침체되면 해리스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건 당연하다”고 WSJ에 전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4.3%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현 미국 경제는 붕괴가 아닌, 뜨거웠던 상태가 정상으로 식어가는 과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고용이 둔화됐지만 여전히 긍정적인 숫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선을 앞둔 상황이라 숫자 그 자체보다 경향성이 더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트럼프 캠프는 실업률 상승을 민주당 공격에 활용하고 나섰다. ‘경기 침체가 다가오는 조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경제학자 존 론스키의 말은 곧바로 공화당의 X에 공유됐다. 또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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