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암살 이후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영국과 이집트 등이 자국 항공사에 이란 ·레바논 영공을 우회하거나 일시적으로 노선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집트 당국은 “모든 이집트 항공사들은 테헤란 상공 비행을 피해야 한다”는 지침을 전달했다. 해당 지침은 이날 이란 당국이 “이란 영공에서 7일 오전 11시 반~오후 2시 반, 8일 오전 4시 반~7시 반 군사훈련이 실시된다”는 통지를 한 뒤 이뤄졌다. 통지에서 언급한 군사훈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영국도 자국 항공사들에 레바논 상공을 비행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 역시 지난달 31일부터 이스라엘 텔아비브행 항공편을 중단했으며, 델타 항공은 이달 말까지 뉴욕-텔아비브행 항공편을 중단한 상태다.
이란의 보복 공격이 벌어지면 중동 전쟁이 중동 전 지역으로 확전될 수 있단 우려가 퍼지면서 이란 테헤란 시민들도 공포에 떨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항공사들에 7일 밤부터 8일까지 일부 지역에서 “총기 사격 등 군사 훈련이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시민들에겐 아무런 경고도 하지 않아 불안을 키웠다고 한다.
테헤란에 사는 말리헤 씨(66)는 NYT에 “당국이 우리에게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고 있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 위해 뉴스에 매달리고 있다”며 “우리는 어둠 속에 있다(We’re in the dark)”고 말했다. 파리사 씨(37)도 “나라를 떠나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조차 이제 이민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 시민들은 정부에 대한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 이란 북서부 라슈트에 사는 모스타파 씨(36)는 “정부가 이 지역 무장단체들을 지원하는 바람에 이란을 이스라엘의 십자포화 속에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란 반체제매체인 이란인터내셔널은 “최근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이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7일 보도했다.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전쟁이 일어날 경우 이란 경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러한 요청에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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