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미국 뉴저지주 포트리 지역에서 한인 여성이 경찰 총에 맞아 숨졌다. 이 여성은 양극성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칼을 들고 있었다는 검찰 발표와 달리 가족들은 생수통을 들고 있었다고 주장해 논란은 커지고 있다. 앞서 5월에는 정신질환을 앓던 40대 한인 남성 양용 씨가 로스엔젤레스(LA)에서 경찰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소수인종에게 가해지는 경찰의 무분별한 총격이 한인 사회에서 더욱 큰 이슈가 될 전망이다.
7일(현지시간) 뉴저지한인회와 뉴저지한인상록회, KCC한인동포회관, 뉴저지 민권센터, 시민참여센터, AWCA 등은 뉴저지한인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총격으로 숨진 한인 여성 빅토리아 이 씨(25) 사망사건에 대한 뉴저지주 검찰과 포트리 시 정부의 철저한 진상 규명 및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 사건은 지난달 28일 포트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교민사회에 따르면 당일 이 씨 가족은 평소 양극성 정신질환을 가진 이 씨가 이날 밤 불안증세를 보이자 911에 신고해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911은 정신질환 관련 신고시 규정에 따라 경찰이 함께 출동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날 오전 1시 25분 경 집에 먼저 도착한 경찰은 문을 부수고 집으로 진입했다.
6일 맷 플래킨 뉴저지주 검찰총장은 “경관이 노크해도 반응을 보이지 않아 문을 부수고 진입했다”며 “이 씨가 칼을 들고 경관에게 다가와 현장에 있던 토니 피킨스 경관이 발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 현장에 있었던 이 씨의 어머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딸이 들고 있던 건 5갤런(약 19리터) 짜리 생수통이었다”고 증언했다. 이 씨 가족을 대리하는 조석진 변호사는 “택배 박스를 열 때 쓰는 접이식 주머니 칼은 아파트 현관 문에서 2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발포에 가슴 인근을 맞은 이 씨는 인근의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1시58분 경 숨졌다.
이 씨의 유가족들은 “딸을 진정시켜야 하니 들어오지 말라는 외침에도 경찰이 문을 부수고 들어와 문이 열리자마자 총을 쐈다”며 “당초 출동을 요청했던 구급차는 처음부터 오지도 않았고, 경찰의 총에 맞은 뒤에도 구급차나 들것도 없이 병원으로 실려갔다”고 전했다.
한인 사회는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경찰의 바디캠 영상을 신속히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2019년 재정된 뉴저지주 법에 따라 주 검찰은 사건 현장에서 공권력에 의한 사망이 발생할 경우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소수인종에게 가해지는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집행이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6일에는 미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집 안에서 끓는 물이 담긴 냄비를 들고 있던 흑인 여성이 출동한 경찰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전국적인 논란이 됐다. 이 사건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관심을 보여 대선 이슈로 다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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