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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lieve it is in the best interest of my party and the country for me to stand down and to focus solely on fulfilling my duties as President for the remainder of my term.” (사퇴해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 임무를 완수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당과 나라를 위해 최선이라고 믿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 한마디로 지난 한 달 동안 미국을 뜨겁게 달궜던 후보 사퇴 드라마가 끝났습니다. 핵심 단어는 ‘stand down.’ 서서(stand) 아래로 향하다(down), 즉 ‘사임하다’라는 뜻입니다. ‘step down’과 비슷한데 더 격식을 갖출 때 씁니다.
정치학자들에 따르면 지도자가 권력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데는 두 가지 심리적 이유가 있습니다. ‘mission’(임무)과 ‘stature’(지위)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라고 여겼습니다. 29세에 상원의원에 당선된 이후 50년 동안 고위 정치인으로 살았습니다. 그런 지위를 포기한다는 것은 정체성 상실을 의미합니다. 이런 이유로 버텼지만, 동료 정치인들의 압력, 트럼프 대통령 피격 후 인기 급상승을 보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이제 몇 개월 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를 끝냅니다. 임기 말이 불안한 한국 대통령들과 달리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고별연설(farewell address)을 하고 폼나게 퇴장합니다. 고별연설이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자발적으로 재선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그의 심경을 밝히는 고별연설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참고할만한 고별연설을 알아봤습니다.
Old soldiers never die, they simply fade away.”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늙었다는 이유로 물러나는 바이든 대통령. 고별연설에서 늙었다는 사실을 감추지 말고 오히려 부각해 국민의 심금을 울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71세에 물러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고별연설을 참고할만합니다. 너무 유명한 마지막 구절입니다. 맥아더 장군이 만들어낸 구절은 아닙니다. 과거 영국군이 불렀던 ‘Old Soldiers Never Die’라는 제목의 민요를 인용한 것입니다. “I still remember the refrain of one of the most popular barracks ballads of that day which proclaimed most proudly that 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노병은 죽지 않는다, 사라질 뿐이다’라고 당당하게 밝힌 그 시절 군대 노래의 후렴구를 아직도 기억한다). ‘barracks’(배럭스)는 병영을 말합니다. 막사를 모아놓은 곳이므로 복수형을 서야 합니다. 거기서 흥얼거리며 부르는 노래라는 것입니다.
맥아더 장군은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도 거부했습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참았지만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참지 않았습니다. 맥아더 장군이 한국전쟁에서 핵무기 사용, 중국과의 전면전을 주장하자 제3차 세계대전을 우려한 트루먼 대통령은 명령 불복종을 이유로 1951년 그를 해임했습니다. 전쟁 중에 총사령관을 해고하는 유례 없는 조치였습니다. 맥아더 장군은 일주일 뒤 의회에서 고별연설을 하고 은퇴했습니다.
노병 구절이 감상적이어서 전체적인 연설 내용도 그럴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그 구절만 그렇고 나머지 내용은 자신을 해고한 트루먼 대통령에 대한 불만, 자신이 옳았다는 주장으로 가득합니다. “Efforts have been made to distort my position. It has been said in effect that I was a warmonger. Nothing could be further from the truth”(내 입장을 왜곡하려는 노력들이 있다. 내가 전쟁광이라는 식의 주장이 있는데 완전히 사실과 다르다). ‘monger’(멍거)는 ‘신봉자’라는 뜻입니다. ‘fear-mongering’(공포 유발)이라는 단어도 많이 씁니다.
In the councils of government, we must guard against the acquisition of unwarranted influence, whether sought or unsought, by the military-industrial complex.” (정부 운영에서 우리는 원하건 원하지 않건 군산복합체의 부당한 영향력을 이겨내야 한다)
고별연설에서 국민에게 어려운 숙제를 주고 떠나는 리더도 있습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취임 연설은 잘 몰라도 1961년 고별연설은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military-industrial complex’(군산복합체)라는 유명한 단어가 등장합니다.
1947년 국가안보법(National Security Act)이 제정되면서 육해공군 통합체계가 수립되고 미국은 군사 초강대국이 됐습니다. 냉전 체제에서 군사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군인 출신이지만 군사화된 사회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은 세계 평화와 인류 발전에만 쓰이도록 국민이 감시해야 한다는 숙제를 주고 떠났습니다.
People ask how I feel about leaving. And the fact is, parting is such sweet sorrow.” (사람들은 나에게 떠나는 기분을 물어본다. 사실을 말하자면 떠나는 것은 매우 달콤한 슬픔이다)
거창한 주장을 하기보다 떠나는 기분을 솔직하게 밝히는 유형입니다. 1989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sweet sorrow’(달콤한 슬픔)라고 했습니다. 퇴임 후 자유로운 생활은 달콤하지만 떠나는 것 자체는 슬프다는 것입니다.
‘부분’이라는 뜻의 ‘part’는 원래 가른다, 헤어진다는 의미에서 출발했습니다. “Where do you part?” 머리 가르마를 어느 쪽으로 타느냐고 묻는 것입니다. 솔직한 고별연설은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냉전 종식, 레이거노믹스 등 업적은 이미 증명됐으니까 일일이 열거할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명언의 품격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고별연설을 가장 많이 참고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내용이 좋을 뿐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과 물러나는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당시 헌법에 3선 금지 규정이 없었음에도 2번의 임기가 끝나자 깔끔하게 물러났습니다. 더 도전할 수 있었지만, 국가를 위해 포기했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롤모델입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1796년 8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차기 대선을 10주 앞둔 시점에 수도 필라델피아의 ‘아메리칸 데일리 애드버타이저’ 신문에 32장짜리 고별연설을 기고했습니다. 단순히 물러나는 이유가 아니라 국가가 나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록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제목은 ‘The Address of Gen. Washington to the People of America on His Declining the Presidency of the United States’(워싱턴 장군이 국민에게 대통령을 사양하는 이유에 대해 밝힌 연설). 독특하게 ‘워싱턴 대통령’이 아니라 ‘워싱턴 장군’이라고 했습니다. 겸손한 성격을 보여줍니다. 자신은 대통령 자격이 없으며 임기를 잘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국민 덕분이라고 했습니다.
The Spirit of the Party agitates the community with ill-founded jealousies and false alarms, kindles the animosity of one part against another, foments occasionally riot and insurrection.” (당파주의의 망령은 질투와 허위경고로 결속을 흔들고, 서로의 적대감을 키우며, 폭동과 반란을 조장한다)
고별연설은 미국이 처한 정치적 위험을 3가지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지역주의(regionalism), 당파주의(partisanship), 외국의 영향력(foreign influence), 가장 자세히 기술된 당파주의에 관한 내용입니다. 폭동과 반란을 조장한다는 구절은 2021년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때 소환되기도 했습니다. 계파에 매몰된 요즘 한국 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이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J.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childless cat ladies”(자식이 없는 캣 레이디들) 발언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밴스 후보가 몇 년 전 방송에 출연했을 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몇몇 여성 정치인들을 조롱하려고 사용했던 단어입니다. ‘childless cat lady’는 자식도 없이 외롭게 사는 중장년층 여성을 비하하는 말입니다. 19세기에 생겨난 단어입니다. 왜 고독한 중년 여성을 고양이와 연관시킬까요. 활동적인 개에 비해 고양이는 손이 덜 가서 여성도 쉽게 키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밴스 후보의 발언은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The comment is the sort of smart-aleck crack that gets laughs in certain right-wing male precincts,” (그 발언은 특정 보수 남성 그룹을 즐겁게 하는 잘난 척 농담 같은 것이다)
우선 ‘smart-aleck’(스마트 알렉)을 보겠습니다. 말 그대로 ‘똑똑한 알렉’이라는 뜻입니다. 알렉은 사람 이름입니다. 19세기 실존 인물인 알렉산더 호그(Alexander Hoag)라는 사기꾼입니다. 똑똑한 척하다가 나중에 자기 꾀에 넘어가 경찰에 잡혔습니다. 잘난 척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crack’(크랙)은 뜻이 다양한데 모두 부정적인 의미입니다. ‘금이 가다’ ‘부수다’라는 뜻이 있고, 덩어리 형태의 코카인 마약을 말하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불쾌한 농담(joke)을 의미합니다. 자녀를 세 명이나 둔 밴스 후보의 ‘나 잘 났다’ 농담이라는 것입니다.
보수적인 남성들에게는 밴스 후보의 농담이 잘 먹힐지 몰라도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중에는 ‘childless cat lady’로 분류될 수 있는 여성들도 많습니다. 그런 여성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발언입니다. 선거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특정 유권자층을 소외시키는 발언은 매우 위험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4월 20일 소개된 전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여사에 관한 내용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사퇴 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됐지만, 대중적 인기로 치자면 미셸 오바마 여사를 따를 사람이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에서 미셸 여사는 해리스 부통령보다 승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타깝게도 미셸 여사는 정치가 싫어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2020년 대선 때도 미셸 여사의 이름이 오르내렸습니다.
제 개인적인 바람은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가 출마하는 것입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말입니다. 물론 김칫국을 마시는 시나리오라는 것을 알지만 만약 그녀가 출마한다면 김빠진 콜라 같은 이번 대선전이 흥미진진해질 것이 분명합니다. 최근 미셸 여사는 바이든 후보 지지 영상에 출연했습니다. 선거자금 모금에 나선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없습니다. 그녀가 좀 더 정치 전면에 나서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미셸 여사에 대한 평가를 알아봤습니다.
Beggars can’t be choosers.”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거지는 선택자가 될 수 없습니다. 남이 주는 대로 받아야 합니다. 제임스 카빌 민주당 선거전략가의 말입니다. 바이든 후보를 구걸자에 비유했습니다. 반대로 미셸 여사는 후보가 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선택자의 위치에 있습니다. 미셸 여사 앞에 무릎 꿇고 “내 러닝메이트가 돼 달라”고 애원해야 할 처지라는 겁니다.
She’ll ultimately ruin, not balance, the ticket.” (그녀는 티켓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티켓을 망칠 것이다)
바이든 진영에서 나오는 ‘미셸 불가론’의 핵심입니다. 대통령-부통령 후보 조합을 ‘ticket’이라고 합니다. 티켓은 균형이 중요합니다. 바이든-미셸 조합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미셸 여사는 오바마 대통령 재임 때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지금도 팬들이 넘칩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지지층이 넓다고 말하기 힘듭니다. 그 어떤 대통령 후보도 자기보다 인기 높은 부통령 후보를 원치 않습니다.
Being president doesn’t change who you are. It reveals who you are.”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바꾸어 놓지 않는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낼 뿐이다)
백악관을 떠난 뒤 미셸 여사는 교육, 페미니즘을 주제로 강연을 많이 다닙니다. 정치에 대한 언급은 피합니다. 2012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그녀의 대통령 관(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원칙을 지키는 사람은 대통령이 됐다고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뒤 사람이 변했다는 비판을 반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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