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선을 좌우할 핵심 경합주에서 최근 유세전을 펼치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경쟁하듯 ‘고(高)물가 해결’을 강조하고 나섰다. 현지에선 그간 불법 이민이나 낙태권은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이슈였다면, 대선 향방이 박빙으로 치달으면서 ‘중도층 표심’을 얻는데 효과적인 경제 문제로 초점이 옮겨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후보는 14일(현지 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가진 유세에서 이전에 다르게 ‘반값 에너지’를 초점에 둔 경제 정책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급진 진보 정책이 끔찍한 인플레이션을 촉발해 중산층을 전멸시켰다”며 “미국의 물가를 다시 ‘감당할 수 있게(affordable)’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는 물가 안정을 위해 재임하면 18개월 내로 휘발유와 전기 등 에너지 비용을 절반으로 인하하고 팁과 복지 혜택에 부과되는 세금을 공제하겠다고 공약했다.
해리스 부통령도 15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주도 롤리 유세에서 ‘경제 공약 청사진’을 발표할 예정이다. 해리스 캠프는 식료품값과 아동수당 등 중산층의 장바구니 물가에 우선순위를 둔 정책들을 제시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과 제조업 부흥을 강조한 것과도 차별화된다. 해리스 캠프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자녀를 키우는 중산층 가정을 겨냥한 생활 밀착형 공약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설명했다.
이전부터 중산층 공략에 집중해온 해리스 캠프와 달리, 트럼프 후보 측이 경제 이슈를 부각시키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트럼프 캠프는 그간 관세 강화와 감세정책에 초점을 맞췄고 불법 이민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최근 경합주 등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시간대 여론조사에서 ‘경제를 더 잘 다룰 대통령’으로 해리스 후보(42%)가 트럼프 후보(41%)를 앞선 것이 단적인 예다다. 이 조사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을 앞지른 것은 처음이다.
다만 트럼프 후보는 14일 유세에서 “나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경제인지 잘 모르겠는데, 그들(참모들)이 원해서 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겐 ‘고령 리스크’ 공격이 잘 통하던 것과 달리, 해리스 후보를 향한 인종 공격 등이 역효과를 내자 트럼프 캠프에서 전략 변경을 적극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발표된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해리스 부통령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 폭(2.9%)이 2021년 3월 이후 40개월 만에 처음으로 2%대로 돌아와 물가 상승세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