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건 ‘해리스호’… 웨스트-딜런-플러프가 핵심 ‘키맨’[글로벌 포커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17일 01시 40분


[2024 미국 대선] 해리스의 이너서클
단기간에 강력 지지 얻기 위해, 바이든-오바마 인맥 적극 동원
웨스트, 해리스-오바마 인사 연결… 실리콘밸리 자금줄 잇는 역할
집권 땐 ‘벼락 인사’ 없이 안정적 기용… 인종-여성-청년 등 다양성 확보할 듯
의회에선 흑인 의원 결집… “제2의 흑인 대통령 만들자”


11월 5일 미국 대선이 8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그야말로 각본 없는 영화를 방불케 한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유세 중 전대미문의 암살 시도를 당했고, 원래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 또한 인지능력 저하 논란 등으로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자리를 이어받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겸 민주당 대선 후보는 당초 대선 후보감으로 약하다는 일각의 평가를 깨고 지지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확정된다. 자메이카계 부친과 인도계 모친을 둔 그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 첫 아시아계(모계 기준) 대통령에 오른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와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최측근과 이들의 면면을 분석한 기사를 선보였다. 이번에는 해리스 부통령과 그의 러닝메이트(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최측근을 파헤쳐 본다.

● 해리스-바이든-오바마 인맥의 ‘하이브리드 캠프’

현재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캠프에는 그의 ‘원조 이너서클’, 즉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인사들과 최근 전력 보강을 위해 대대적으로 영입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측근이 한데 모여 있다. 갑작스레 대선 후보가 된 만큼 민주당 안팎의 강력한 지지를 얻기 위해 전현직 대통령의 측근을 대거 기용하는 ‘하이브리드형 캠프’를 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리스 부통령의 측근 중에서는 현 비서실장 로레인 볼스가 주목받는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앨 고어 전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민주당 거물을 연달아 보좌했던 인물이다. 2022년 해리스 부통령의 보좌진이 잇따라 사임했을 때 긴급 영입됐고 이후 무난히 사태를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20년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일했던 커스틴 앨런 역시 핵심 측근이다. 그는 최근 대선 캠프의 소통국장으로 승진했다. 2020년 대선 당시 해리스 부통령의 디지털 홍보를 총괄했던 셸비 콜 또한 더 큰 역할을 부여받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예측했다. 에린 윌슨 해리스 부통령 부비서실장, 실라 닉스 캠페인 비서실장 등도 최측근으로 꼽힌다.

해리스 부통령과 같은 흑인 여성이며 민주당 내 영향력이 큰 미니언 무어 민주당 전국전당대회위원회(DNCC) 의장, 도나 브러질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전 의장 등도 오랜 우군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비(非)백인 여성이 많은 해리스 부통령의 이너서클에서 눈에 띄는 백인 남성도 있다. 바로 브라이언 팰런 대선 캠프 소통 담당 선임 고문. 2016년 클린턴 전 장관의 대선 캠프에서도 일했고, 향후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유세 일정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인맥’ 중에는 젠 오맬리 딜런 전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눈에 띈다.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캠프를 관장한 막후 실력자로 꼽힌다. 해리스 캠프에서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캠프를 지휘하고 있다. 줄리 차베스 로드리게스 선거대책본부장은 2020년 대선 당시 해리스 부통령의 정치국장으로 일했다. 유명 라틴계 노동운동가 세자르 차베스의 손녀로 이번 대선에서 애리조나, 네바다주 등 히스패닉 유권자 비중이 높은 남부 경합주 유권자를 전담하고 있다.

‘오바마 인맥’도 빼놓을 수 없다.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 캠프의 선대본부장을 맡아 ‘오바마의 킹메이커’로 불렸던 데이비드 플러프는 최근 해리스 캠프의 선임 고문으로 영입됐다. 그가 해리스 캠프의 각종 전략을 관장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특히 플러프 고문은 과거 우버 수석 부사장, 틱톡 고문 등을 지내 실리콘밸리 빅테크 인맥과도 교분이 두텁다. 그가 실리콘밸리 ‘큰손’의 대선 자금 후원을 이끌어낼 것이란 기대가 높다. 오바마의 선거 전략가로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냈고, 현재는 CNN 정치평론가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막후에서 캠프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을 망친 직후 “바이든은 이 게임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민주당 내 후보 교체 여론을 주도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소통국장을 맡았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스테퍼니 커터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해리스 부통령의 인터뷰 준비를 도왔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준비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캠프에서 풀뿌리 조직을 담당했던 미치 스튜어트는 경합주 담당 선임 고문, 오바마 정부 때 백악관 소통국장을 맡았던 제니퍼 팔미에리는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의 전담 고문으로 투입됐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 최초의 흑인 법무장관을 역임한 에릭 홀더 전 장관은 최근 월즈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발탁할 때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그는 부통령 후보 선정 인터뷰에 참여해 해리스 부통령에게 조언했다.

다만 대선 캠프가 전례 없이 짧은 기간에 꾸려진 만큼 그룹 간 알력 다툼 또한 존재한다. 해리스 부통령의 일부 측근은 바이든 인맥 중 과거 해리스 부통령을 저평가했던 인사가 속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마찬가지로 바이든 인맥 역시 오바마 인사들을 견제하고 있다. 특히 딜런 선대위원장은 플러프 고문의 영입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나의 의사 결정권을 침범하지 않게 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향후 내각을 구성할 때 세 세력 간 적지 않은 권력 다툼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 내각에는 베테랑 중용할 듯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한다면 검증된 기존의 민주당 베테랑 인사들을 기용해 ‘안정지향적인 행정부’를 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차기 행정부 구상과 관련해 해리스 부통령 측 인사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을 들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정치매체 액시오스가 전했다.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필 고든 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이 거론된다. 고든 보좌관은 외교관 출신으로 오바마 행정부에서 유럽 및 유라시아 담당 국무부 차관보, 중동·페르시아만 지역 백악관 조정관 등을 역임했다. 그가 기용되면 특히 중동정책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중재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존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으며 바이든 대통령과도 막역한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도 요직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액시오스는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이매뉴얼 대사가 행정부 권력 전환의 핵심 인물이 될 것”으로 봤다. 국무장관 후보로는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오르내린다.

대통령 비서실장에는 홀더 전 법무장관, 딜런 선거대책위원장, 볼스 부통령 비서실장 등이 거론된다. 여성인 딜런 선거대책위원장이나 볼스 비서실장이 기용되면 미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 비서실장이 된다. 국방장관에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차관을 지낸 미셸 플러노이 전 차관이 거론된다. 그가 발탁되면 미 역사상 첫 여성 국방장관이 탄생한다.

주유엔 미국대사에는 성소수자인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해리스 부통령과 부티지지 장관은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모두 출마했고 그 과정에서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 여동생-제부-조카는 막후 실력자


해리스 부통령의 가족 또한 그의 든든한 조력자다. 해리스 부통령보다 세 살 어린 동생 마야는 언니와 마찬가지로 법조인이며 자매애가 남다르다는 평을 얻는다. 마야는 2016년 대선 당시 클린턴 후보의 수석 법률 고문을 지냈다. 최근 언니의 유세 현장에 대부분 동행하고 있다.

마야의 남편 토니 웨스트 또한 법조인이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법무차관을 지냈고 지금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힌다. ‘오바마 인맥’과 해리스 부통령을 이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대선 후보직을 사퇴하며 해리스 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웨스트 또한 해리스 부통령의 관저에서 처형과 함께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웨스트는 현재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의 최고법률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빅테크 인사와 해리스 부통령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처형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자마자 실리콘밸리에서 활발한 모금 활동을 펼쳤다. 그 덕에 당시 해리스 부통령은 불과 1주일 만에 2억 달러(약 2800억 원)를 모았다.

마야의 딸 미나는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약 70만 명인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다. 젊은 유권자에게 이모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다만 그가 오래전부터 이모를 부각시킨 각종 상품을 판매하며 영리 활동을 했다는 점을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그는 마야가 17세에 낳은 딸로 친아버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마야와 토니 웨스트 사이에 친자식은 없다.

‘미 최초의 세컨드 젠틀맨’인 엠호프 변호사는 ‘최초의 퍼스트 젠틀맨’이 되겠다며 아내의 유세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다만 최근 첫 결혼 당시의 외도 사실이 알려지자 공개 활동은 자제하고 있다. 그는 당시 불륜으로 첫 아내와 헤어졌다. 이후 해리스 부통령을 만나 2014년 재혼했다.

엠호프 변호사가 첫 결혼에서 얻은 아들 콜, 딸 에마는 모두 의붓어머니 해리스 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젊은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하는 데 열심이다.

● 흑인 의원들이 의회 우군


해리스 부통령의 의회 내 우군으로는 흑인 의원들의 모임인 ‘블랙코커스(CBC·Congressional Black Caucus)’가 꼽힌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 사퇴를 주저할 당시 적극적으로 사퇴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미 최초의 흑인 여성 동성애자 상원의원인 러폰자 버틀러 의원(캘리포니아)이 해리스 부통령과 가깝다. 여성 유권자 권리를 강조하는 정치단체 ‘에밀리스 리스트’ 회장, 전미서비스노조 캘리포니아 지회장 등을 지내 여성계, 노동계 인맥이 두텁다.

스티븐 호스퍼드 하원의원(네바다) 겸 CBC 의장, 하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그레고리 미크스 하원의원(뉴욕), 앨릭스 파디야 상원의원(캘리포니아) 등도 해리스 부통령과 가깝고 영향력이 큰 의회 내 인사로 꼽힌다. 액시오스는 “해리스 부통령이 검사, 주 법무장관, 상원의원, 부통령을 거쳐 대통령 후보에 이르기까지 ‘계단식 승진’을 해 왔다”며 그가 집권하면 자신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의회 및 검찰 주요 인사를 적극 발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상대적으로 이너서클에 흑인 인사가 많은 게 향후 해리스 부통령이 중도 백인 표심을 얻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리스호#웨스트#딜런#플러프#키맨#미국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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