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짧은 바지 위에 벨트를 두른 짙은 남색 민소매 재킷을 입었다. 자켓의 옷깃은 목부위를 교차하며 군복 느낌을 자아냈고, 튀어나온 어깨 디자인은 이두근을 돋보이게 했다. 그건 절제되고 날카로운 일종의 문장이었다. ‘이건 싸움이 될 것이다’라는 암시였다.’ (뉴욕타임스·NYT)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보여준 패션이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오바마 여사는 이날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 연설을 위해 무대에 오르며 여전사를 연상시키는 패션을 선보였다.
영부인 시절 오바마 여사는 주로 중단발의 생머리에 단정하고 고전적인 A라인 치마를 즐겨 입었다. 하지만 이날 그는 흑인 머리의 상징과도 같은 땋은 머리를 하나로 묶어 길게 늘어뜨렸다. 아방가르드 스타일의 어두운 남색 민소매 정장을 통해 힘의 상징인 긴 팔뚝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이날 오바마 여사의 뒤를 이어 무대에 오른 오마바 전 대통령도 흔치 않은 어두운 은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이를 두고 현지 언론들은 ‘패션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했다’는 평을 내놨다. NYT는 “이날 복장은 전 영부인에게는 다소 놀라운 선택이었다”며 “위아래 복장은 물론 악세서리까지도 고도로 계산된 패션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공격적인 의상으로 이번 대선이 치열한 전투가 될 것임을 암시했다는 것이다. NYT는 “오바마 부부가 밝은 색상을 피하고 어두운 톤을 택한 건 앞으로 다가올 ‘힘든 싸움’과 현실에 대한 심각성을 전달하려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이날 오바마 여사가 입은 옷이 뉴욕의 하이엔드 브랜드 ‘몬세(Monse)‘의 것임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몬세는 2015년 한국계 미국인 디자이너인 로라 김과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디자이너 페르난도 가르시아가 함께 만든 브랜드로, 앞서 ‘블랙핑크’ 등 국내 연예인들도 몬세의 옷을 입은 바 있다.
NYT는 “몬세는 도미니카와 아시아계 (이민자) 미국인의 브랜드이며 로라 킴은 반아시아계 증오에 맞서기 위해 결성된 패션계 인사 그룹인 ‘슬레이시안스’의 창립자 중 한 명”이라고 강조하며 오바마 여사가 소규모 독립 브랜드를 선택한 점을 눈여겨 봤다. NYT는 “이는 오바마 여사가 영부인때 보여준 행보와 완전히 일치한다”며 “그는 자신을 이용해 덜 알려진 패션 브랜드와 자신의 이야기, 즉 기업가정신과 멜팅팟, 아메리칸 드림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를 부각시켰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여사의 옷이 큰 화제가 되면서 두 디자이너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가르시아는 NYT에 “우리의 디자인 철학은 여성들이 강력하면서도 섹시해 보이게 만들고 싶다는 것”이라며 “어제 오바마 여사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참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설 다음날 아침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 폭격에 깨어났다는 김 디자이너는 “그 옷은 여성을 위한 해체된 남성복이었다”며 “오바마 여사는 우리가 계획했던 것보다 더 잘 브랜드 철학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김 디자이너는 서울에서 태어나 가족과 미국으로 이민간 뒤 뉴욕에서 패션으로 유명한 예술학교인 프랫 인스티튜트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미국 영부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로 알려진 ‘오스카 드 라 렌타’에서 일하며 패션계로 진출했고, 이 곳에서 동료였던 가르시아와 몬세를 론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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