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22일 원전 폭발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를 꺼내는 작업을 시작하려다가 개시 직전 연기했다.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13년 5개월 만, 오염수 방류 후 1년 만에 시작하려던 본격적인 핵연료 잔해 제거 작업이 시작부터 삐거덕거리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 핵연료 잔해 제거를 마친 뒤 2050년까지 후쿠시마 1원전 폐로 작업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핵연료 잔해 제거는 시작조차 못 하고 있고, 오염수 방류도 종료일이 정해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원전 인근 바다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원전을 둘러싼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후쿠시마 핵연료 제거 시작부터 ‘삐걱’
도쿄전력은 이날 후쿠시마 1원전 2호기에서 핵연료 잔해 파편 시험 제거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장비 설치 작업 중 실수가 발생해 준비 작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향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폐로 작업에서 가장 어려운 잔해 제거 작업이 첫 날부터 난관에 봉착했다”고 전했다.
후쿠시마 원전 내 원자로 바닥에는 폭발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 880t가량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잔해 인근에서는 시간당 최대 수십 시버트의 방사선량이 계측되고 있다. 이는 사람이 몇 분만 머물러도 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사람이 직접 작업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로봇을 개발해 원격 조종으로 꺼내겠다는 계획이다. 도쿄전력은 이번 시험 제거에서 원자로 격납 용기의 지름 60cm 파이프에 장치를 넣고 바닥 21m 밑에서 3g 무게의 작은 파편을 집어낼 예정이었다. 내시경 수술과 비슷한 원리다. 도쿄전력은 시험 제거한 핵연료 잔해 파편을 분석한 뒤 향후 본격적인 핵연료 제거 작업 계획 등을 세울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에 꺼낼 핵연료 잔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앞으로 언제 어떻게 어느 정도 양을 제거할지는 아직 계획이 없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2050년 폐로 계획 달성은 사실상 어려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끝 보이지 않는 오염수 처리
방류 1년째를 맞은 오염수 처리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달 25일까지 1년간 8차례 방류로 총 6만2800t의 오염수를 바다에 버렸지만 현재 탱크에 보관돼 있는 오염수는 131만 t에 달한다. 오염수는 지금도 빗물, 지하수 등이 뒤섞이며 계속 생기고 있어 처리에는 최소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전력의 허술한 대응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도쿄전력 협력업체 직원들이 오염수 정화 장비인 다핵종제거설비(ALPS) 배관을 청소하다가 방사성 액체를 뒤집어쓰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 2월에는 밸브를 실수로 열고 오염수 정화 장치 오염 제거 작업을 하다가 오염수 1.5t이 땅에 스며들었다. 사이토 겐(齋藤健) 일본 경제산업상은 잇딴 사고를 일으키는 도쿄전력 경영진을 불러 “도쿄전력의 폐로 작업 안정성을 둘러싸고 지역과 국내외 불안을 사고 있다. 무겁게 받아들여 달라”고 이례적으로 공개 경고했다.
한편 현재까지 일본 정부, IAEA 등이 측정한 후쿠시마 인근 바다에서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를 넘어 분석된 적은 없다. 후쿠시마 1원전 주위에서 채취한 바닷물의 삼중수소 농도는 일본 정부와 IAEA가 정한 방출 기준(L당 1500베크렐·연 22조 베크렐)보다 크게 낮은 200~300베크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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