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 코치 출신 월즈 “마지막 4쿼터, 하루 1야드씩 전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3일 03시 00분


[2024 미국 대선]
美 민주당 전당대회 르포… 민주당 부통령 후보 수락연설
‘평범한 중산층’ 강조… 결집 호소
발달장애 아들 등 소개하며 연설
무대 앞서 지켜보던 장애아들… 벌떡 일어나 “우리 아빠야” 눈물


“지금은 미식축구 경기의 마지막 4쿼터입니다. 우리(민주당)는 필드골 하나로 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격권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또 카멀라 해리스는 강합니다.”

시카고=문병기 특파원
시카고=문병기 특파원
21일(현지 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셋째 날. 부통령 후보직 수락 연설을 위해 무대에 오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11월 대선을 미식축구에 비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우리 공격이 시작됐다. 남은 76일 동안 하루에 1야드(약 91.44cm)씩 전진하자”고 외쳤다.

록 가수 존 멜런캠프의 ‘소도시(Small Town)’를 배경으로 등장한 월즈 주지사는 사회 교사 겸 미식축구 코치로 재직했던 미네소타주 맨케이토웨스트고교 출신 제자들의 소개 뒤 무대에 올랐다. 무명의 정치인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선출된 월즈 주지사는 교사, 미식축구 코치, 주 방위군 등을 지낸 자신의 경험을 강조하며 “중산층의 자유를 위해 싸울 이는 트럼프가 아닌 해리스”라고 밝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절대적으로 괴상하고 잘못됐으며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 이웃 챙기는 진짜 중산층 강조

6·25전쟁 참전 용사를 부친으로 둔 월즈 주지사는 인구 약 400명에 불과한 중부 네브래스카주의 작은 마을 뷰트에서 성장했다. 그는 시종일관 자신을 ‘중산층’, ‘평범한 사람’으로 소개했다.

월즈 주지사는 “고등학교를 같이 졸업한 24명 중 예일대에 진학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하지만 서로를 보듬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미국 중서부의 쇠락한 공업지대 ‘러스트벨트’ 출신이지만 예일대 로스쿨 졸업 뒤 실리콘밸리에서 큰 부를 쌓은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를 비꼬며 자신이 진짜 중산층이라고 강조한 것.

부친이 폐암으로 별세해 막대한 의료 부채를 남겼지만 사회보장 혜택과 제대군인원호법(GI Bill) 덕분에 학자금을 지원받아 대학을 졸업한 뒤 교사를 거쳐 정치인이 된 자신의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그는 “40대 무일푼의 공립 교사가 뿌리 깊은 공화당 우세 지역에 의원으로 출마한 것은 공동선을 위한 헌신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며 “공립학교 교사를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말했다.

의회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농촌 경제 키우기와 재향군인 지원같이 다른 성격의 일을 동시에 하는 방법을 안다”며 “내가 지향하는 가치는 지키면서 타협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 가족 이야기로 ‘자유’ 강조

발달장애 아들 포옹한 월즈 “가족이 내 세상의 전부”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오른쪽)가 21일(현지 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셋째
 날 후보 수락 연설 뒤 ‘신경발달 장애’를 앓는 아들 거스와 포옹하고 있다. 이날 월즈 주지사가 아내와 1남 1녀를 향해 
“가족이 내 세상의 전부”라고 하자 무대 앞줄의 거스가 벌떡 일어나 “저 사람이 내 아빠!”라고 소리쳤다. 월즈 주지사는 자신을 
‘평범한 중산층’이라고 강조했다. 시카고=AP 뉴시스
발달장애 아들 포옹한 월즈 “가족이 내 세상의 전부”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오른쪽)가 21일(현지 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셋째 날 후보 수락 연설 뒤 ‘신경발달 장애’를 앓는 아들 거스와 포옹하고 있다. 이날 월즈 주지사가 아내와 1남 1녀를 향해 “가족이 내 세상의 전부”라고 하자 무대 앞줄의 거스가 벌떡 일어나 “저 사람이 내 아빠!”라고 소리쳤다. 월즈 주지사는 자신을 ‘평범한 중산층’이라고 강조했다. 시카고=AP 뉴시스
난임 시술을 통해 어렵게 얻은 딸의 이름을 ‘희망(Hope)’으로 지은 일화, 신경발달 장애가 있는 아들 ‘거스’도 소개했다. 무대 앞줄에서 아버지의 연설을 지켜보던 거스는 부친이 자신을 언급할 때 벌떡 일어나 눈물을 흘리며 “이게 우리 아빠야”라고 외쳤다.

월즈 주지사는 “우리가 어떻게 가정을 이루게 됐는지 말하는 이유는 그게 이번 선거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말하는 자유는 여러분이 더 나은 삶을 이뤄 나갈 자유”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군인 출신의 사냥꾼으로 대부분의 공화당 의원들보다 총을 잘 쏘지만 가장 중요한 책임은 우리 자녀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라고도 했다. 공화당의 공약인 총기 규제 반대가 평범한 사람의 자유를 박탈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 이어 “해리스는 세금을 줄이고 처방약 가격을 낮추고 주택을 더 저렴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1996년 재선에 성공할 당시 시카고에서 전당대회를 열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자신만 생각하는 (도널드) 트럼프는 무대에 오르기 전 ‘나, 나, 나(me, me, me)’라고 입을 여는 테너 가수 같다”며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매일을 ‘당신, 당신, 당신(you, you, you)’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월즈#美 민주당#부통령 후보#수락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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