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국 대선] 美 민주당 전당대회 르포
트럼프 對北정책 강력비판… ‘北 비핵화 타협없는 대응’ 강조
AI 등 첨단기술 對中 규제 지속… “통합하고 경청하는 대통령 될것”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강경한 대북 정책을 예고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폭군’이자 ‘독재자’”로 규정하며 “비위를 맞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집권 당시 김 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밀착했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북한 비핵화, 인권 중시 등 대북 정책의 ‘원칙론’에 관해서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소속 벤 카딘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도 같은 날 외신기자 대상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꼭 달성해야 하는 목표”라며 “한반도에 핵무기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비핵화 목표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동시에 공화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해리스 후보는 또 트럼프 후보의 막말과 편 가르기 성향을 거론하며 “미국을 통합하고 경청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며 상식적인 미국인을 위해 싸우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외쳤다.
● ‘대북 원칙론’과 동맹 강조
해리스 후보는 이날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트럼프 후보와 대북 정책을 포함한 외교안보 분야에서 선명한 차별화에 나섰다. 동맹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기조를 계승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김정은과 같은 폭군과 독재자들은 트럼프를 응원하고 있다”며 “그들은 트럼프가 아첨과 호의로 다루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안보와 이상을 지키는 데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후보는 2022년 9월 방한 당시 비무장지대(DMZ)를 직접 찾아 북한의 인권 탄압 등을 비판했다. 2019년 8월 미국외교협회(CFR)가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한 주자들을 대상으로 집권 시 대북 정책을 질의했을 때는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주고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그가 11월 5일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한반도 정세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리스 후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공격당한 우크라이나 지원 방침도 분명히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과 강하게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 전쟁에 대해선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을 지지한다”면서도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미중 경쟁에 대해서는 “미국이 우주와 인공지능(AI)의 미래로 세계를 이끌고 21세기 경쟁에서 중국이 아닌 미국이 승리해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 대신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중국에 고율 관세 등을 부과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 ‘분열의 트럼프’ 비판, ‘통합’ 강조
해리스 후보는 이날 약 35분간의 연설에서 총 15차례 트럼프 후보의 이름을 거론했다. 특히 자신과 트럼프 후보의 대결을 ‘검사, 중산층, 미래’ 대 ‘중범죄자, 부유층, 과거’의 대결로 규정했다.
그는 트럼프 후보의 집권 당시 보수 우위 구도가 된 연방대법원이 2022년 6월 낙태권을 폐기한 것을 거론하며 “단순히 말해 그들은 미쳤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모든 사람이 경쟁하고 성공할 기회를 갖는 ‘기회의 경제(opportunity economy)’를 창출하겠다”며 중산층에 대한 감세, 일자리 창출, 물가 안정, 복지 강화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보다 여러 면에서 ‘통합’을 강조했다고 정치매체 더힐 등이 진단했다. 우선 조 바이든,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등 민주당이 배출한 3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참석했다. 반면 공화당 전당대회 때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딕 체니 전 부통령,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상원의원 등 당 원로가 아무도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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