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로 13명의 미군이 사망한 지 꼭 3년째인 26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 등 외교안보 정책을 두고 거세게 충돌했다.
두 후보는 다음 달 10일로 예정된 첫 TV토론을 앞두고 ‘마이크 음소거’ 등 세부 규정을 두고도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향후 토론 의제 및 진행 방식을 결정할 때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 트럼프 “무능, 굴욕”…해리스 “철수 불가피”
트럼프 후보는 26일 오전 수도 워싱턴 인근의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했다. 3년 전 테러로 척수 부상을 입고 휠체어 신세가 된 켈시 레인하트 전 미 해병대 상병 등이 동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8월 15일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를 단행했다. 이후 현재까지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간을 통치하고 있다. 당시 미군 철수로 아프간 내 친(親)미 성향 주민들이 대거 카불을 탈출하려 하자 미국, 탈레반과 모두 적대 관계인 또 다른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거세게 반발했다. IS의 산하 단체 ‘호라산K(IS-K)’는 같은 달 26일 카불 국제공항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자행했다. 이로 인해 미군 13명을 포함해 약 180명이 숨졌다.
트럼프 후보는 이를 두고 “아프간에서의 굴욕은 전 세계에서 미국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이 참사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다”며 “이 참사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모두 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부통령인 해리스 후보 또한 아프간 철군 결정과 그 후폭풍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취지다.
그는 같은 날 오후 대선 경합주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국가방위군협회(NGAUS)’ 총회에 참석했다. 이곳에서 “군의 무인기(드론), 로봇공학, 인공지능(AI) 사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겠다”며 우주방위군 창설 등을 공약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도 대폭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나토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방위비로 내는 바람에 미국의 부담만 늘었다며 “세기의 도둑질(the steal of the century)”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미국의 동맹은 공정한 분담(fair share)을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그가 재집권하면 한국, 일본, 대만 등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도 거센 방위비 증액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해리스 후보는 아프간 철군을 두고 2001년부터 시작된 미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용기 있고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맞섰다. 이후 3년간 전투지역에 미군을 파견하지 않고도 IS 지도자 등 테러범을 제거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 ‘마이크 음소거’ 신경전
두 후보는 다음 달 TV토론 시 ‘마이크 음소거’ 규정을 놓고도 대립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후보 측은 올 6월 27일 CNN 주관 토론, 다음 달 10일 ABC 주관 토론을 합의하며 “한 후보가 발언할 때 나머지 후보의 마이크를 끈다”는 규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6월 27일 토론에서 대패했고 이후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후 후보직을 승계한 해리스 후보 측은 ‘음소거 규정’을 변경하자고 주장한다. 해리스 후보의 대선 캠프는 26일 성명을 내고 “두 후보의 마이크를 전체 방송 내내 생중계해야 한다. 트럼프 측은 그가 90분의 토론 시간 중 대통령답게 행동할 수 없다고 생각해 ‘음소거’를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선 캠프의 제이슨 밀러 수석 고문은 “(토론 규정을 둘러싼) 게임을 그만둬라. 우리는 CNN 토론 때와 똑같은 조건으로 ABC 토론을 수용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대선 후보를 바꾼 것은 민주당 사정이고, 기존 합의 사항을 지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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