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자’나 ‘놀자’는 말에 즉각 반응하는 개들이 진짜 인간의 단어를 이해해서라고 연구자들이 한 최신 연구에서 밝혔다. 주인의 바디랭귀지를 읽거나 해서가 아니라는 것인데, 다만 개들의 언어 습득은 조건화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인간과 달랐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 연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UCSD)와 다른 대학이 협력해 실시했다. 유튜브에 종종 ‘산책’ ‘공원’ ‘엄마’와 같은 단어가 쓰여진 버튼이 있고 그것을 눌러 주인과 소통하는 반려견이 나오는데 이것이 실제로 가능하냐는 의문에서 시작된 실험이다.
실험은 두 번에 걸쳐 실시됐다. 우선 연구원들은 전국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 30곳을 방문해 녹음된 주인의 목소리가 나오는 버튼 장치(사운드보드)를 가지고 실험했다. 연구자들은 개 주인이 다른 방에 있는 동안 버튼을 누르고 개를 60초간 관찰했다. 두 번째 실험은 원격 지시에 따라 29명의 개 주인이 각자의 집에서 실험을 수행했다. 주인들은 자기 목소리로 된 단어 버튼을 누르거나 버튼 누르기 없이 개에게 해당 단어를 큰 소리로 말한 다음 60초 동안 개의 반응을 관찰했다.
그 결과 개는 인간이 직접 말하거나 녹음된 버튼을 눌러서 나오는 녹음 목소리거나 관계없이 놀이 관련 단어나 밖에 나가는 것 관련한 단어가 나오면 이와 관련된 행동을 보여줬다. 연구자들은 “이것은 (녹음 소리든 실제 목소리, 주인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개가 그 단어의 의미를 알고 있으며, 이를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개는 음식과 관련한 단어에서 음식 관련 행동을 보이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개가 당시 배가 고프지 않았거나 식사 시간 외에 음식을 기대하지 않도록 학습된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연구는 개가 실제로 단어를 이해하는 것이지 인간의 신체 언어 신호에 반응한 게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기도 했다. 20세기 초 독일 베를린에서는 한스라는 말이 주인의 질문에 숫자를 말굽으로 두드려 답했다. 사람들은 인간의 말을 이해하는 천재 말이라고 신기해했지만, 나중에 말이 단어가 아닌 주인의 미세한 표정을 해석하고 반응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이번 실험은 녹음된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개가 주인의 신체 언어를 이해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UC샌디에이고 인지과학 부교수인 페데리코 로사노는 이 연구는 개들이 “단어에 주의를 기울이고 단어를 들으면 적절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펜실베이니아 수의학 임무견 센터의 연구원인 암리타 말리카준은 “개는 우리가 하는 특정 행동이나 특정 사건 순서를 그 말과 연관시키는 식으로 단어를 배운다”고 설명했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서 종이 울린 다음에 먹이가 나오는 것과 같은 ‘조건화’를 통해 단어를 배운다는 것이다. 그는 “개는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언어를 배울 수 없으며,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에 비해 의사소통이 제한된다”면서 “(이렇게 언어 습득 방법이 다른데) 인간과 개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함께 진화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말리카준은 인간이 쓰는 단어 뒤에는 “풍부한 언어적 의미”가 있지만 개는 단순하게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말리카준 연구원은 “따라서 개에게 버튼에 있는 더 추상적인 언어적 개념을 가르치려고 해도 개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어떤 과학자들은 음식에 대한 단어의 의미를 개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조건화가 되지 않는 단어기에 학습이 안 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연구는 미국 UC샌디에이고, UC데이비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 대학, 스페인의 발렌시아 대학 및 오스트리아의 빈 수의과 대학이 협력해 이뤄졌고 결과는 미국 과학 저널인 ‘PLOS ONE’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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