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호 태풍 ‘산산’이 29일 오전 일본 남부 규슈에 상륙하면서 최소 3명이 숨지고 1명이 행방불명되는 등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일본 기상청은 사상 최강의 위력을 지닌 이번 태풍이 일본 열도를 따라 북동쪽으로 이동하면서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29일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태풍 ‘산산’ 영향으로 아이치현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70대 부부, 30대 남성 등의 사망이 확인됐다. 가고시마시 가고시마항에서는 소형 선박을 타고 있던 60대 남성 선장 1명이 바다에 빠져 행방불명됐다. 미야자키현, 가고시마현, 나가사키현 등에서 최소 82명이 다쳤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산산’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중심기압 975hPa(헥토파스탈), 중심 부근 최대 풍속 초속 35m로 상륙 전보다는 다소 약해졌다. 27일부터 48시간 동안 미야자키현 미사토정에는 791.5mm 비가 내렸다. 이는 평년 8월 한달 강우량의 1.4배다.
규슈 남부에서는 30일 오후 6시까지 24시간 동안 최대 400m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상돼 총 강수량이 많은 곳에서는 1000mm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태풍으로 규슈 남부의 가고시마현과 미야자키현, 구마모토현에서는 총 113만여 가구 225만여 명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태풍이 직접 상륙한 나가사키시에서는 시내 전역 20만 가구의 39만여 명에게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 기타큐슈시에서도 시민 10만여 명에게 안전한 장소로 피난을 떠날 것을 당부했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온천 관광지 유후인이 있는 오이타현 유후(由布)시 등에선 강이 범람했다.
태풍에 따른 강풍 및 폭우로 서울과 후쿠오카를 잇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제선과 일본 국내선 항공편 500여 편이 결항됐다. 고속철도 신칸센도 후쿠오카~가고시마 구간 운행을 이날 오전부터 중단했다. 태풍 진로에 따라 이날 오후부터는 히로시마까지 운행이 멈췄고, 31일에는 오사카까지 신칸센 운행이 멈추거나 감편될 예정이다. 규슈 지역 고속도로 상당수도 폭우 및 강풍 영향으로 통행이 금지됐다.
경·소형차 제조 업체인 다이하츠는 태풍으로 공장 4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전날 저녁부터 일본 내 차량 조립공장 14곳의 가동을 모두 중단한 상태이고, 닛산자동차와 혼다도 29∼30일 규슈에 있는 공장의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변기업체 토토(TOTO)도 규슈 지역 등의 공장 8곳의 가동을 멈췄다.
가고시마현에서는 이날 오전 22만 가구가 정전됐다. 학교 등에 마련된 대피소 중 일부는 사람이 너무 많아, 늦게 온 주민들은 다른 대피소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전날 미야자키와 가고시마, 시즈오카 등 6개 현에서는 초중고교 총 262개교가 휴교했다.
태풍 ‘산산’은 진로를 동쪽으로 꺾어 30일 규슈 지역을 빠져나가 일본 남서부 시코쿠 지역에 상륙할 전망이다. 31일에는 오사카 인근, 다음 달 1일에는 도쿄 등 수도권을 거쳐 북동쪽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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