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제시키안 취임일성으로 "세계와의 경제 정상화" 천명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지정학적 리스크 등 장애물 만나
전문가 "그의 당선, 정책 바뀔 수 있는지 가늠할 시험대"
20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에서 개혁파 대통령이 탄생한 가운데 이란의 신임 대통령이 서방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69)은 지난달 30일 제9대 이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는 이란과 미국·유럽 등 서방이 오랫동안 대립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방과 협상을 벌이겠다고 공언했다.
이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핵합의(JCPOA) 타결로 일부 제재가 완화하면서 경제에 숨통이 트였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JCPOA 복원을 지지하는 이유는 서방 제재로 인한 경제난 때문이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핵합의 타결 때 대외정책을 주도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외무장관을 최근 전략 담당 부통령으로 임명했다.
미국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후 이란은 우라늄 농도를 60%까지 높였고, 비축량도 늘려왔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중국, 러시아, 아랍 국가 관리들이 모인 가운데 취임사에서 “나는 이 부당한 제재들이 풀릴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세계와의 경제 관계를 정상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로부터 몇 시간 후 취임식에 참석했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당하고 이란의 관리들이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면서 중동 정세는 다시 격화됐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신정국가인 이란 정치의 복잡성, 지정학적 리스크 및 이란 내 끓어오르는 적대감 등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이란 내 개혁 성향 정치인 모함마드-사데 자바디-헤사르는 “하니예 암살 소식을 들었을 때 페제시키안 앞에 놓인 어렵고 고통스러운 길을 생각했다”며 “그는 세계와의 관계를 회복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스라엘이라는 장애물을 만났다. 페제시키안 반대파들은 그가 실패를 맛보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하니예가 암살당하기 전부터 이란 내부와 외부의 강경파는 이란의 극적인 외교 정책 변화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이념적으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대적인 강경파들은 최근 몇 년간 권력을 더욱 공고히 했고, 개혁파 정치인들은 한계에 내몰렸다.
특히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용 드론을 지원하고, 반대 의견을 단속하고, 외국인과 이중 국적자를 체포하면서 서방과의 관계는 악화했다.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지난 5월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것은 개혁파에겐 뜻밖의 기회였다. 개혁파는 페제시키안 후보를 중심으로 단결했고, 결국 그는 이란의 새 대통령이 됐다.
정치 분석가인 사이드 라일라즈는 “페제시키안을 중심으로 공감대가 형성하면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변화는 늦지 않았다.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나아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로 붕괴한 경제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그러나 핵심 정책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승인을 받아야 해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이다.
만약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실패하면 이란은 핵 활동을 둘러싸고 서방과 계속 충돌할 것이고, 경제는 계속 악화할 것이다.
반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목표 달성에 성공한다며, 그의 대통령직은 국내외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국제 문제 및 중동학 교수는 “중요한 4년의 기간”이라며 “페제시키안 당선만으로 주요 정책이 바뀔 수 없다. 그 긴 과정은 정책이 바뀔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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