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팀 월즈 부통령 후보의 아내 그웬 여사가 30일(현지 시간) 전당대회 이후 나선 첫 단독 선거운동에서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에게 “당신 일이나 신경 쓰라”고 일갈했다.
그웬 여사의 이 같은 발언은 교사 출신이자 난임 치료를 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활용해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밴스 후보를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월즈 후보의 경쟁자인 밴스 후보는 자식이 없는 민주당 인사들을 비판한 과거 발언이 재조명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그웬은 이날 버지니아주 매나사스에서 첫 단독 선거 유세에서 “해리스 정부의 교육자가 될 수 있어서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청중들에게 자신의 교사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도 한때는 자식이 없는 교육자였다”며 “밴스 후보가 친자녀가 없는 교사들을 비판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팀과 나는 난임으로 오랫동안 고생했고, 난임 치료 덕분에 지금의 가정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 나에게,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에게 정말 개인적인 일”이라며 “우리는 밴스와 같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가족에 대해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웬은 “내가 교사일 때의 모습을 보여 주겠다”면서 돋보기안경을 꺼내 쓰고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밴스 씨, 당신 일이나 신경 쓰지 그래요?”라고 말하자 장내에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밴스 후보는 앞서 2021년 레즈비언이자 직접 출산한 자녀가 없는 랜디 와인가르텐 미국교사연맹(AFT) 회장을 향해 “좌파 진영의 리더들은 자녀가 없으면서 우리 아이들의 정신을 세뇌하려고 한다. 이 나라의 가장 강력한 교원 노조를 이끄는 와인가르텐은 한 명의 자녀도 없다”고 비판했다. 최근 이 발언이 알려져 진보 진영의 공격을 받고 있다. 와인가르텐은 두 딸을 가진 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있다.
단독 유세에 나서며 남편 당선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그웬 여사와 ‘조용한 내조’를 하는 밴스 후보의 아내 우샤 여사가 대조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샤 여사는 그야말로 ‘미국 엘리트의 전형’으로 꼽힌다. 예일대에서 학사를, 케임브리지대에서 석사를 마친 뒤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수재다. 최근까지 미국 유명 대형 로펌에서 기업 전문 변호사로 일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가졌다.
우샤 여사와 비교하면 그웬 여사의 배경은 평범하다. 교사였던 부모의 네 딸 중 맏딸로 태어나 미네소타주 시골 마을에 있는 구스타브 아돌푸스 칼리지와 미네소타 주립대를 졸업한 그는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교사가 됐다. 남편인 월즈 후보와는 네브래스카주 얼라이언스의 한 공립학교에서 처음 만났다. 이 학교에서 월즈 후보는 육군 비상근 주방위군으로 복무하면서 사회 과목을 가르쳤다. 그가 미식축구 코치 경력을 시작한 곳도 이 학교다. 그웬 여사는 영어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로 만나 1994년 결혼했다.
우샤 여사가 밴스 후보가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목된 후에야 언론에 나선 것과 달리 그웬 여사는 적극적으로 남편의 정계 활동을 도왔다. 월즈가 2006년 ‘0선’의 무명 정치인으로 미네소타주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했을 때 중요한 연설을 앞두고 후두염에 걸리자 그웬 여사가 깜짝 등장해 자신감 넘치는 연설을 한 일화가 유명하다. 뉴욕타임스(NYT)는 “많은 이들이 ‘왜 그웬은 선거에 출마하지 않느냐’고 물었을 정도”라고 전했다. 월즈 후보는 그해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이후 미네소타 주지사까지 올랐다.
그웬 여사는 미네소타 주지사 부인 최초로 주 의사당 안에 자신의 사무실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재범 감소 대책 위원장 자격으로 직접 주 교도소를 다니며 수감자의 처우 개선을 담당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교사이자 남편의 정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점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내 질 여사를 연상케 한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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