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F-16 전투기가 추락해 조종사가 숨진 지 나흘 만에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관을 해임했다. 추락 원인이 우크라이나군 패트리엇 미사일의 오인 발사란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당국은 미국 전문가들과 추락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가 서방 지원 무기에 대한 관리 강화 차원에서 공군 사령관을 경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31일 AP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F-16 전투기 조종사가 사망한 지 나흘 만인 30일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 모든 군인을 돌봐야 한다”며 미콜라 올레슈크 공군 사령관을 해임했다.
올레슈크 전 사령관 경질은 마리아나 베주흘라 우크라이나 의회 국방위원회 부의장이 “F-16이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에 격추됐다”고 주장한 날 이뤄졌다. 베주흘라 부의장은 이날 익명의 출처를 인용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책임 있는 사람들이 처벌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올레슈크 전 사령관은 “공군을 모욕하고 미국 무기 제조업체의 신용을 떨어뜨렸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군은 F-16이 패트리엇 미사일 격추로 추락했다는 의혹을 직접 부인하진 않으면서 미국 전문가들과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추락 사고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인한 것이 아니며, 조종사의 실수나 기계 고장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서방 관리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군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의 사격으로 F-16이 추락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는 있지만 기계 고장, 조종사 실수 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보도했다. NYT는 또 “우크라이나는 불과 몇 주 전 유럽 동맹국들이 지원을 약속한 45대 중 6대를 인도받았는데 이 중 1대를 잃었다”며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우방국에 정교한 서방 무기를 잘 다룰 것이란 확신을 주려는 노력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평했다.
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6일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대담한 침공을 감행한 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군이 빠르게 진격하자 내부적으로 큰 반발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1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을 인용해 러시아가 서방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에 대항해 핵무기 사용 조건과 관련된 이른바 ‘핵 교리’를 변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서방이 F-16 전투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에 다양한 무기 지원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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