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 시간) 치러진 독일 지방선거에서 ‘극좌’가 약진하는 이례적인 결과가 나왔다. 중심에는 이같은 주장을 펼친 사회주의 정치인 자라 바겐크네히트(55)가 자리하고 있다. 그는 반(反)이민,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등 좌우 진영을 넘나드는 공약을 내 이목을 끌었다. 비슷한 전략으로 블루칼라 표심을 흡수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나 프랑스 마린 르펜 전 국민연합 대표를 연상케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바겐크네히트가 올 1월에 창당한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은 1일 옛 동독 지역 2개 주에서 열린 지방선거에서 11~15%대 득표율을 기록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BSW는 튀링겐과 작센주에서 열린 지방선거 두 곳 모두 3위를 기록하며 캐스팅보터로 자리매김하는 성과를 거뒀다.
튀링겐주(州)에서는 이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32.8%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AfD는 같은 날 선거를 치른 인근 작센주에서는 득표율 30.6%로 기독민주당(31.9%)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반면 집권 ‘신호등 연정’을 구성하는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자유민주당은 한 자릿수 득표율에 그쳤다. 바겐크네히트의 BSW에도 크게 밀리는 충격패를 당한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 절반 가까이가 극우 혹은 극좌 정당을 뽑으며 최근 독일에 부는 ‘극단주의 돌풍’이 더욱 거세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겐크네히트는 냉철한 이미지의 ‘투사형’ 전국구 스타 정치인이다.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등으로 구성된 집권 연정을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상을 가르치려고 드는 ‘라이프스타일 좌파’”라고 부르며 날을 세웠다. 특히 2015년 메르켈 행정부의 난민 수용 정책에 반기를 들며 주목받았다. 그는 복지국가를 실현하려면 어느 정도의 사회적 동질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fD에 대해서도 “나치즘에 반대한다”며 공공연하게 반감을 드러냈다. 파죽지세로 성장하던 AfD에 가장 큰 라이벌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에 대한 불만이 크지만 나치를 옹호하지 않는 유권자가 바겐크네히트로 돌아섰다는 해석이다. 그는 최근 폴리티코유럽판 인터뷰에선 “소외된 노동계층을 위한 ‘진짜 대안’은 AfD이 아닌 자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독일에서 극우에 이어 극좌 정당까지 지지를 얻는 것은 그만큼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연정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경제적으로 낙후해 극우의 텃밭으로 꼽히는 지역에서 열린 선거지만, 내년 9월 독일 총선을 앞두고 민심 풍향계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숄츠 총리는 로이터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에게 쓰라린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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