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이 1일 “핵 교리를 개정하겠다”고 선언하며 핵 위협 수위를 높였다. 지난달 6일부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주 수미 일대를 점령하자 러시아 또한 핵 위협으로 맞불을 놓고 있는 것이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일종의 ‘레드라인(red line·저지선)’으로 설정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실제 핵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날 로이터통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럅코프 차관은 핵 교리(doctrine)를 수정하는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 개정이 “서방 적대 세력과의 긴장 확대와 관련이 있다”며 우크라이나군의 수미 일대 점령,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줄곧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서방이 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 또한 몽골 방문을 하루 앞둔 2일 현지매체 ‘오누도르’ 인터뷰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파괴적 전략의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힘든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의를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2020년 ‘핵 교리’를 제시했다. 러시아가 적의 핵 공격을 받거나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재래식 공격을 받으면 핵으로 맞설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지 한 달이 가까워지고 있는데도 러시아는 사전 경고만큼 강한 대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레드라인이 사실상 무의미해졌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럅코프 차관이 핵 교리 수정 계획을 강조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군사전문가 니콜라이 소코프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향후 우크라이나군의 본토 공격 성과가 이어지면 (러시아의) 핵 사용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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