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청년층은 결혼과 출산을 ‘자기실현’의 한 방식으로 생각한다. 가족을 꾸리는 것이 즐거운 생활과 내적 풍요를 위한 선택이라고 보는 가치관이 생겼다.”
모리이즈미 리에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3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한·일·중 인구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 학자들이 만나 각국 20, 30대의 결혼 및 출산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모리이즈미 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1940년부터 5년마다 실시해 공개하는 출생 동향 기본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2021년 조사에서 아이를 갖는 이유 1위는 “생활이 즐겁고 마음이 풍요로워지기 때문”이었다. 18~54세 미혼자 및 기혼자 중 아이가 있거나 아이를 원한다고 밝힌 응답자 중 68~80%가 이렇게 답했다. “자연스러운 일”(23~33%), “주변에서 원해서”(9~14%) 등을 이유로 꼽은 응답자보다 월등히 많았다.
그는 “일본은 30년에 걸쳐 ‘맞벌이·맞육아 사회’ 구축을 목표로 정책을 펼쳤다”며 “최근 저출산 대책의 특징은 어린이와 청년층 의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일본 또한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2명으로 저조했다. 모리이즈미 연구원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한 것은 사회적으로는 중요한 진전이지만 가족에 대한 가치가 필요 이상으로 상실될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저출생 사회에서 자란 청년층은 주변에서 임신, 출산은 물론 어린아이와 함께하는 생활을 볼 기회 또한 적다”며 “가족 형성을 체험하고 가족관 수립을 돕기 위한 교육 정책에도 앞으로 신경을 써야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패널토론 좌장으로 나선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혼과 출산, 가족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국내에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도 급격한 고령화와 지난해 1명대에 진입한 합계출산율로 고민이 커지고 있다. 도우 양 중국사회과학원 인구·노동경제연구소장은 “고령 인구가 가파르게 늘어나며 중국은 저출산에 대응하는 동시에 생산성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며 “출산, 육아, 보육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 중 공공형 아이 돌봄에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림 서울대 연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현행 정부 대책에 대해 “저출생을 비용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저출산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을 피상적이고 관습으로 이해해서는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통념과 달리 청년들이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비율이 낮다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센터에 따르면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미혼자 비율은 2022년 남성 39.8%, 여성 23.5%였지만,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둘다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이어 “청년들은 저출산의 원인을 다각면에서 찾고 있지만 이들의 인식을 파악하기 위한 사회 조사 데이터는 정밀성이 떨어진다”며 “저출산에 대한 청년의 인식을 심층적 들여다보는 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토론자로 나선 장은섭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장은 “저출생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청년이 겪는 과도한 경쟁을 줄일 사회 구조 개혁 또한 동반되어야 한다”며 “노동, 교육, 지역사회 복지 수준을 변혁하기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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