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전쟁이다” 패션으로 드러낸 퍼스트레이디[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4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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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의 팔뚝을 드러낼 권리가
총기 소지와 무슨 관계
역사를 만든 퍼스트레이디의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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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전투복 스타일의 패션을 선보인 미셸 오바마 여사(오른쪽). 민주당 전당대회(DNC) 홈페이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전투복 스타일의 패션을 선보인 미셸 오바마 여사(오른쪽). 민주당 전당대회(DNC) 홈페이지


She means business.”
(그녀는 진심이다)
최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전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여사가 연설자로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대중 앞에 섰습니다. 최고 화제는 패션. 한국계 여성 디자이너가 공동 설립한 몬세(Monse)의 군청색 바지 정장은 전투복 이미지가 물씬 풍겼습니다. 길게 땋은 머리도 포인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싸울 준비를 하자는 연설 내용도 좋았지만 외모에 가려 빛을 못 볼 정도였습니다.

미셸 여사 패션을 본 미국인들의 반응입니다. ‘business’는 ‘사업’이라는 뜻뿐만이 아니라 ‘핵심 ‘본론’ 등을 말하기도 합니다. “I mean business”는 “나 농담 아니다” “나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라는 뜻입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군 중에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확률이 가장 높은 미셸 여사가 지원군으로 등장했다는 것은 민주당의 승리 의지가 진심이라는 것입니다.

영리한 퍼스트레이디는 패션을 활용할 줄 압니다. 단지 화려한 의상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메시지를 담을 줄 압니다. 역사의 아이콘이 될만한 퍼스트레이디 패션의 순간들을 알아봤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힐러리 클린턴 여사가 콜드 숄더 드레스를 입은 모습. 빌 클린턴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힐러리 클린턴 여사가 콜드 숄더 드레스를 입은 모습. 빌 클린턴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Like everything I do, it turned out to be controversial.”
(내가 하는 모든 일처럼 그것도 논란을 낳았다)
힐러리 클린턴 여사 하면 가장 먼저 바지 정장이 떠오릅니다. 2016년 대선 유세 때 교복처럼 매일 입고 다녔습니다. 자신의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pantsuit aficionado’라고 자랑했을 정도입니다. ‘aficionado’(어피시어나도)는 광팬을 말합니다. 스페인어 ‘afición’에서 유래했습니다. 영어로 ‘affection’(애정)을 말합니다.

바지 정장은 상원의원, 국무장관, 대선 후보 등 정치인의 길을 걸으면서 본인의 스타일로 개발한 것입니다. 퍼스트레이디 시절의 힐러리 여사는 뚜렷한 스타일이 없었습니다. 열심히 하고 다닌 헤어밴드 정도가 그녀의 스타일이었습니다. 의상 중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1993년 주지사 초청 무도회 때 입은 콜드 숄더 드레스(cold shoulder dress)입니다. 어깨 끝부분만 노출한 몸에 딱 붙은 스타일의 검은색 드레스입니다.

주지사 초청 무도회(Governor’s Ball)는 대통령 취임 후 백악관에서 열리는 첫 공식 행사입니다. 퍼스트레이디의 패션 데뷔 무대입니다. 패션 전문가들은 “대담한 선택”이라고 칭찬했지만, 일반 국민의 평가는 달랐습니다. 퍼스트레이디가 입기에는 지나치게 섹시하다는 것입니다. 어깨를 완전히 드러낸 것보다 조금만 파서 드러내는 콜드 숄더 스타일이 더 도발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당시 힐러리 여사는 “컨트리 여가수 태미 와이넷처럼 남편 옆이나 조용히 지키지 않겠다” “집에서 쿠키나 구울 수도 있었지만, 사회활동을 하기로 했다” 등 잘난 척 발언들로 미움을 받던 시절이었습니다. 드레스는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습니다. 자신의 미워하는 사람들을 엿 먹이는 드레스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드레스 이름부터 그렇다는 겁니다. ‘cold shoulder’(차가운 어깨)는 ‘냉대’ ‘무시’를 말합니다.

드레스는 도나 카란 작품입니다. 카란이 힐러리 여사에게 선물로 준 것입니다. 둘은 친구 사이입니다. 당시 가격 1372달러(180만 원)로 값비싼 명품은 아닙니다. 선물로 받았지만, 백악관은 논란의 소지를 막기 위해 나중에 드레스값을 지불했다고 합니다. 훗날 할러리 여사는 드레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turn out’은 ‘결과로 나타나다’라는 뜻입니다. 논란을 일으키려는 의도로 입은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는 것입니다. 힐러리 여사가 가장 좋아하는 드레스라고 합니다. 지금은 아칸소에 있는 빌 클린턴 도서관에 전시돼 있습니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 시절 베티 포드 여사가 백악관 회의실 테이블 위에서 춤추는 모습. 위키피디아


Being ladylike does not require silence.”
(숙녀답다는 것이 침묵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남편인 대통령보다 더 유명한 퍼스트레이디가 몇 명 있습니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부인 베티 포드 여사도 그중 한 명입니다. 포드 대통령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갑자기 사임하는 바람에 잔여 임기 2년 4개월을 채우고 물러난 ‘대타 대통령’ 정도로 알려졌지만, 베티 여사는 커다란 업적을 남겼습니다.

조용한 내조형이 많은 미국 퍼스트레이디들 사이에서 튀는 스타일이었습니다. 특히 여성 문제에 일가견이 있었습니다. 포드 대통령 시절 퍼스트레이디 단독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논란이 되던 남녀평등법 수정안에 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남편 취임 한 달 후 유방암 진단으로 절제 수술을 받은 뒤 이를 공개했습니다. 그녀의 용감한 고백은 이전까지 쉬쉬하던 유방 절제술을 공론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퇴임 후에도 남편보다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알코올 약물 의존증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뒤 치료기관 베티 포드 센터를 세웠습니다. “나이 들어도 아름다울 권리가 있다”라면서 성형수술을 한 뒤 당당하게 공개했습니다.

베티 여사의 자유분방한 기질을 알 수 있는 사건입니다. 백악관 회의실 책상 위에 올라가 춤을 춘 것입니다. 1976년 대선에서 지고 백악관을 비워주는 날이었습니다. 내각 회의실인 캐비닛룸을 지나던 베티 여사는 “한번 해보고 싶었다”라면서 맨발로 책상 위에 올라갔습니다. 미혼 시절 뉴욕의 마사 그레이엄 스튜디오에서 수학한 베티 여사는 훌륭한 현대 무용가입니다. 깜짝 놀란 백악관 전속 사진사가 셔터를 눌렀습니다.

경건한 회의실에서 춤을 춘 것도 춘 것이지만 바지를 입었다는 사실도 화제였습니다. 퍼스트레이디가 백악관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무언의 규칙이 작용하던 때였습니다. 여성 의원은 바지 차림으로 의회에 입장조차 할 수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나중에 베티 여사는 회의실 춤 사건을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ladylike’ ‘manlike’ ‘childlike’ 등 사람의 특징 뒤에 ‘like’를 붙이면 좋은 의미의 ‘답다’라는 뜻입니다. 백악관 회의실에 매일 남성들만 모여 회의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입니다. 백악관이 남녀평등의 장소가 되기를 희망하는 춤사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 시절 프랜시스 클리블랜드 여사가 ‘버슬’ 없는 드레스를 입은 모습. 위키피디아
글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 시절 프랜시스 클리블랜드 여사가 ‘버슬’ 없는 드레스를 입은 모습. 위키피디아


I suppose I shall have to adopt the style to suit the newspapers.”
(신문 보도에 맞추려면 나도 그런 스타일을 입어야겠네)
19세기 말 대통령을 지낸 글로버 클리블랜드는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나름 유명합니다. 유일한 비(非)연임 중임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을 두 번 지낸 중임이기는 하지만 연임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통령을 한 번 지내고 물러난 뒤 4년 후 다시 당선돼 백악관에 재입성했습니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대선에서 당선된다면 두 번째 케이스가 됩니다.

또 다른 기록은 와이프와의 나이 차입니다. 49세 노총각이던 클리블랜드 대통령은 재임 중에 21세의 프랜시스 폴섬이라는 여성과 결혼했습니다. 무려 28년의 나이 차. 가장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커플이자 백악관에서 결혼식을 올린 유일한 대통령이기도 합니다. 역사상 가장 젊은 퍼스트레이디인 프랜시스 여사는 클리블랜드 대통령 친구의 딸입니다. 친구가 먼저 세상을 뜨면서 “내 딸을 잘 돌봐달라”라고 부탁했더니 아예 결혼까지 한 것입니다.

젊은 퍼스트레이디답게 백악관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프랜시스 여사를 미국 최초의 ‘셀럽 퍼스트레이디’라고 합니다.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였습니다. 요즘 시대로 치자면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급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특히 패션이 화제였습니다. 여성을 ‘버슬’(bustle)로부터 해방시킨 장본인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버슬은 드레스의 엉덩이 부분을 불룩하게 만들기 위해 허리에 착용하는 철틀을 말합니다. 여성의 몸매를 강조하는 도구지만 신체를 속박해 앉기조차 힘들었습니다. ‘엉덩이에 달고 다니는 새장’으로 통했습니다.

퍼스트레이디 취임 2년 후 프랜시스 여사는 버슬 착용을 거부하고 이 사실을 신문에 넌지시 알렸습니다. 신문들은 “상류층 여성들 사이에서 버슬을 입지 않는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버슬 거부 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졌습니다. 자신이 시작한 운동이지만 프랜시스 여사는 시치미를 떼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문에 나온 대로 버슬을 입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젊지만 세상 물정을 아는 퍼스트레이디입니다. ‘suit’(수트)는 명사로 ‘정장’이라는 뜻이고, 동사로 ‘맞추다’라는 뜻입니다. “Suit yourself.” “너 자신에게 맞춰라” “네 맘대로 해”라는 뜻입니다.

명언의 품격
2009년 미셸 오바마 여사의 공식 퍼스트레이디 사진. 백악관 홈페이지
2009년 미셸 오바마 여사의 공식 퍼스트레이디 사진. 백악관 홈페이지
미국 여성들 사이에 인기 있는 운동이 있습니다. ‘Michelle Obama Arm Workout’(미셸 오바마 팔뚝 만들기). 초보자는 3∼5파운드, 숙련자는 8∼10파운드 덤벨을 들고 하루 15분씩 하면 2주 후부터 팔뚝에 근육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팔뚝 겉쪽을 말하는 이두박근(biceps), 안쪽인 삼두박근(triceps) 운동법이 다릅니다. 이두박근은 팔을 폈다가 오므리는 식으로, 삼두박근은 팔을 들어 올리는 식으로 반복합니다.

미셸 여사 하면 팔뚝입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퍼스트레이디 첫 공식 사진이 화제가 됐습니다. 팔뚝이 훤히 드러나는 검은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었습니다. 퍼스트레이디 공식 사진에 민소매 의상을 입은 것은 미셸 여사가 처음입니다. 의상 브랜드는 마이클 코어스. 당시 유행했던 농담입니다.

Right to bare arms.”
(팔뚝을 드러낼 권리)
미국인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권리로 총기 소지의 권리가 있습니다. 1791년 제정된 수정헌법 2조에 나와 있습니다. “The right of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무기를 소유하고 소지할 권리는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 ‘keep’은 집에 소유할 수 있는 권리, ‘bear’는 몸에 소지할 수 있는 권리는 말합니다. ‘bear’가 더 중요한 개념이어서 총기 권리는 ‘the right to bear arms’로 통합니다.

‘bear’와 ‘bare’가 ‘베어’로 발음이 똑같다는 것, ‘arms’에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을 활용한 농담입니다. ‘bear’는 ‘곰’이라는 뜻도 있지만 ‘몸에 지니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bare’는 ‘맨살로’ ‘맨살을 드러내다’라는 뜻입니다. ‘arm’은 팔을 말합니다. 복수형 ‘arms’는 ‘팔들’도 되지만 무기류를 말하기도 합니다. 팔은 옛날부터 전투에서 무기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팔뚝을 드러낼 권리(right to bare arms)가 총기 소지의 권리(the right to bear arms)만큼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라는 농담입니다. 멋진 팔뚝을 가졌다면 드러내라는 것입니다. 퍼스트레이디라는 위치 때문에 굳이 숨길 필요가 있느냐는 의미입니다. 겸손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 미국인들은 뛰어난 신체적 특징이나 재주가 있다면 혼자만 알고 있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랑할만한 거리가 있다면 자랑해야 합니다. 이럴 때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농담이 있습니다. “If you got it, flaunt it.”(가졌다면 뽐내라)

실전 보케 360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아버지인 팀 월즈 부통령 후보의 연설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아들 거스 월즈. 민주당 전당대회(DNC) 홈페이지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화제입니다. 월즈 후보를 가리키는 말 중에 ‘folksy’(폭시)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친구들’ ‘여러분’이라는 뜻의 ‘folks’의 형용사형입니다. ‘서민적’이라는 뜻입니다. 외모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보통사람의 이미지를 발산합니다. 친근함이 무기입니다. 최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아들 거스 월즈가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의 연설을 듣는 장면이 화제가 됐습니다. 아들은 학습장애, 주의력결핍행동장애(ADHD), 불안장애 등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월즈 후보의 연설은 아들에게 들려주는 것처럼 쉽고 친근했습니다. 핵심 구절입니다.

There’ll be time to sleep when you’re dead. We’re going to leave it on the field.”
(죽으면 잘 시간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다)
미국인들이 즐겨 쓰는 표현 2개가 나옵니다. 지나친 잠은 게으르다는 증거입니다. ‘You can sleep when you are dead’(죽으면 잘 수 있다). 나중에 죽으면 잘 시간은 많다는 뜻입니다. 잠도 안 자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잘 쓰는 말입니다. 월즈 후보는 이 격언을 약간 변형시켰습니다.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늦게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늦게 유세에 뛰어들었으므로 게으름을 피지 말고 열심히 하자는 다짐입니다.

‘leave it on the field’도 비슷한 뜻입니다. ‘it’은 노력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leave’는 두고 온다는 뜻입니다. 노력을 필드에 두고 온다는 것은 필드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의미입니다. 스포츠에서 유래했습니다. 고교 미식축구 코치였던 월즈 후보의 말이라 더욱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8월 24일 소개된 전당대회(national convention)에 관한 내용입니다. 전당대회의 목적은 정강을 채택하고 대통령 후보를 공식 선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presidential nominating convention’(후보 선출 대회)라고도 합니다. 대개 7월과 8월에 열립니다. 공화당과 민주당 중에 누가 먼저 할까요. 대통령 집권당이 나중에 합니다. 지금은 민주당이 집권당이기 때문에 공화당이 7월, 민주당이 8월에 했습니다. 유명한 전당대회 연설을 알아보겠습니다.

▶2020년 8월 24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824/102611921/1

2012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빈 의자를 놓고 연설하는 영화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공화당 전당대회(RNC) 홈페이지
2012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빈 의자를 놓고 연설하는 영화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공화당 전당대회(RNC) 홈페이지
전당대회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전당대회에서 민주 공화 양당은 대선 후보를 공식 선출합니다. 선출이라고 하지만 사실 후보야 프라이머리를 통해 이미 결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전당대회의 진정한 꽃은 연설자들입니다.

It is what it is.”
(세상사 그런 거다)
올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의 ‘투표’(VOTE) 목걸이가 화제였습니다. 연설도 좋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꼽은 연설의 핵심 구절입니다. 냉정한 현실주의자 미셸 여사의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라를 망쳤지만 어쩌겠는가, 삶은 계속된다’라는 뜻입니다. 세상을 바꾸려면 민주당 후보를 뽑아 달라는 의미입니다.

We’re the only children of billionaires who are as comfortable in a Caterpillar as we are in our own cars.”
(우리는 고급 자동차만큼 캐터필러 트랙터에서도 편안함을 느끼는 유일한 억만장자의 자녀들이다)
2016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연설 내용입니다. 아버지는 자식들을 ‘금수저’로 키우지 않고 열심히 땀 흘리며 노동의 가치를 알도록 키웠다는 것입니다. 캐터필러는 미국의 농기구 트랙터 제조업체입니다. 최고급 자동차만큼 농기구를 모는 데도 익숙하다는 뜻입니다.

This seat’s taken.”
(이 자리 임자가 있네)
2012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영화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빈 의자를 가지고 나와 거기에 오바마 대통령이 앉아 있다고 가정하고 “당신이 나라를 망쳤다”라고 화를 내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자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의자에 앉아 있는 사진도 함께 이런 트윗을 날렸습니다. 미 언론은 “유쾌한 잽을 날렸다”라고 평했습니다. 날 선 정치 공방 대신 유머 있게 싸우는 것이 미국 정치의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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